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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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의 뮤즈

2007-06-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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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우리들의 삶에는 우리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혹은 사건이 있다.
아름다운 피아노곡을 들을 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에 생각나는 사람, 우리 마음속의 가장 지고한 감성을 일깨우는 뮤즈를 찾아 헤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충일하게하고 우리 자신속의 가장 격정적이고 고요한 자아와의 일치를 찾는 것이다.
때로는 깊고 깊은 슬픔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찬란한 삶의 열정을 펼쳐주기도 하고 자신의 의식이 갈 수 있는 가장 깊은 우주적 근원으로의 여행에 초대하기도 하는 뮤즈는 우리 속에 내재된 참된 창조력의 원천이다.
그리스 신화 속 뮤즈란 제우스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와 동침하여 낳은 아홉 자매로 올림포스 신전에서 아폴로를 도와 음악을 연주하는 등 세상의 모든 예술을 담당하게 된 여신들을 일컫는다고 한다.
멕시코 미술사의 중요하고 유니크 한 화가인 프리다 칼로에겐 자신의 사랑, 고통, 상심, 희망 등 그녀의 파란 많은 삶이 그 예술의 뮤즈였다.
특히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고, 그녀를 사랑했으나 수많은 여성편력과 그녀의 여동생과의 사랑으로 고통을 주었던 동시대의 화가이자 남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가 그녀의 뮤즈였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의 초상이 그녀의 이마에 그려졌을까<사진>.
아름다운 이 그림은 선뜻 우리들의 기억 속 어느 봄날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렘브란트, 반 고흐, 막스 벡크만 등의 화가들이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향한 응시가 얼마나 깊고 투철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초현실주의의 거장 앙드레 부르통이 ‘폭탄을 두른 리본’이라고 격찬했던 칼로의 자화상 또한 가혹했던 그녀의 운명을 끔찍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6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왼쪽다리가 불구가 되었고 스물한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신체의 모든 부분이 부서져 투병생활로 일관한 그녀의 삶에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천장에 큰 거울을 붙여 자화상을 그리는 일이었다. 이때에 그녀의 첫 작품인 보티첼리 풍의 자화상이 탄생했다.
운명에 대한 끝없는 응시, 광기에 달한 삶에의 욕망과 좌절 속에서 그녀가 살아내었던 침묵에 찬 인내와 응시 속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창성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예술을 통해 가혹한 운명을 처참한 미로 승화시킨 가엾은 한 여인의 불굴의 의지를 본다.
오늘, 우리의 영혼을 춤추게 하고 날아오르게 하는 우리들의 뮤즈는 무엇인가?
고독한 이민자의 내면이 목격하는 저 절대적 공허를 무색하게 하는 자연의 순결함이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바람으로 우리 곁에서 속삭인다.
살아있음의 은총을.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사람들. 씻긴 시선의 순진무구함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들의 뮤즈는 바로 여기 삶의 곳곳에 살아 움직인다.

박혜숙 /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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