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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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서야 가정이 선다

2007-06-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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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날은 1909년 워싱턴 스포케인의 소노라 스마트 도드 부인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다섯 자녀를 키운 아버지 헨리 잭슨 스마트의 깊은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도드 부인이 아버지가 태어난 6월19일을 ‘아버지날’로 정하면서 비롯되었다.
그 후 1972년 닉슨 대통령이 6월 셋째 주 일요일로 정하면서 미국인 전체의 기념일이 되었고 전통적으로 이 날 아버지에게 빨간 장미를 바치는 풍속이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잊혀져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아버지날에도 자녀들에게서 장미 한 송이 받을 것을 기대하는 아버지는 많지 않을 거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요즘 40~50대 한국의 가장들이 ‘무너지고’ 있다. 45세 정년퇴직을 의미하는 ‘사오정’, 56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 취급받는다는 ‘오륙도’가 아버지들을 불안으로 몰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남성의 33.1%가 “배우자의 수입이 많으면 전업주부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제적 불안은 가족 소외와 부권 상실을 동반하기에 아버지들은 가부장적 권위주의 시대에 ‘권력자의 전설’을 갖고 있었으나, 이제 그 모든 화려했던 전설은 추억속의 빛바랜 흑백사진에 불과해졌다.
한국에서는 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고 사업에 실패하고 빚에 쪼들려 거리로 쏟아져 나와 노숙자의 신세로 전락한다. 가정을 부양할 수 없는 무능력한 아버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혼당하고 버림받은 수많은 우리의 가장들이 밥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해 끝도 보이지 않게 줄을 서 있다. 어찌 보면 못난 아버지들의 행렬들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대기업 회장이 돈의 위력을 믿고 저지른 잘못된 자식 사랑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대기업뿐이랴. 한국의 대형 교회 목사들은 교회를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알량한 권력으로 자식을 군에 보내지 않는 등의 비슷한 일들이 정치 사회 문화계 그리고 종교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모두가 못난 아버지들의 자식 사랑이다.
안정된 미래를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자녀와 아내를 외국으로 보내놓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기러기 아빠들도 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우리의 가장들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가족으로 구성된 가정의 울타리가 변할 리 없고 아버지 역시 아버지일 뿐이다. 요즘 아버지들은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버지 학교 같은 모임에도 다녀본다. 어떤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인가? 아버지날을 시작한 정신처럼 자녀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이기에 우리의 아버지는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
아버지가 서야 가정이 선다. 아버지를 아버지 되게 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격려와 사랑이 필요하다. 아버지날에 아버지에게 “아버지 힘내세요!”라는 가족들의 격려가 필요하다. “아버지 사랑해요!” 라는 말도 덧붙여서.

김수철 거리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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