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 사모 신앙수필/ 아름다운 행동

2007-05-2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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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가정의 기본은 부부입니다. “전쟁터에 가기 전에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가게 되면 두 번 기도하고, 결혼 생활에 들어가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하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렇게 결혼이란 무엇보다 험난해서 쉽지 않은 선택과 결정을 거칩니다. 결혼하여 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랑은 주는 걸까, 아니면 받는 것일까? 받을 땐 꿈 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사랑을 받을 때 행복해 하고 또 그렇게 받는 것에 익숙해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모 설문 조사에서 “만약에 당신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부터 바꾸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남자들이 ‘아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대다수 여자들은 또한, ‘남편’이라고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무엇이 그들을 서로를 바꾸어 버리
고 싶을 만큼 힘들게 한 것일까요? 요즘 젊은 사람들의 경우는 그저 받기만 하는 양육을 받아서 그런지 무조건 받는데 워낙 익숙한 듯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하고서 갈등이나 대립이 생길 때 안타깝게도 양보를 하거나 인내할 줄 모르고 쉽게 갈라서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
니다.


부부가 함께 가꾸고 다듬어야 할 내면의 아름다움, 영혼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젊은 부부들을 보면 풋풋하고 싱그러운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들의 사랑스런 모습이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세상 풍파를 이겨낸 중년 부부의 아름다움은 깊은 아름다움입니다. 하루아침에, 한 번에
만들어진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많은 세월은 함께 하면서 고난과 아픔과 사랑과 이해와 관용을 되풀이 하면서 생긴 아름다움입니다. 겉이 아닌 속,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내면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래서 너무나 귀한 아름다움입니다.

사랑한다 하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대하듯’하여 섭섭하게 만드는 상대를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 받아 주기란 쉽지 않지 않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남들 앞에서는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참을 수도 있는 아주 사소한 문제를 부부라는 이유로 못
참아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어떻게 보면 중년의 부부는, 여자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되는 나이인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마주보며 부딪치며 살아온 사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성격도 닮아 가고 입맛도 닮아 가고 취향도 닮아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편안해 집니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 흘기면서도 가슴으로 이해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하나님께서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고 침침하게 만든답니다. 나이가 들면서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랍니다. 나이가 들면서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 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고 지나 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아마도 삥~하고 돌아 버릴 거래요. 시시콜콜 보고 듣고 참견하고 화내고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고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이겠지요. 억만금을 준다 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바로 행복이랍니다.

동행의 기쁨이 있습니다. 동행의 위로가 있습니다. 사랑은 자존심이 아닙니다.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복되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받으려고만 애쓰지 마시고 먼저 손을 내밀고 내가 먼저 따스한 사랑을 전한다면 바로 그 사람이 복의 근원이 되고 축복의 통로로서 향기를 드러
내는 것입니다. 나이 듦이 푸근하고 행복한 부부가 되고 싶으세요? 그저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족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가 먼저 행복해지면 세상은 모두 행복하게만 보입니다. 기쁜 날에도 슬픈 날에도 위험한 날들도 서로 손잡고 건너야 할 부부
이기에 힘들어도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아름다운 동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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