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보기’(The Lookout) ★★★½(5개 만점)
2007-03-30 (금)
크리스(왼쪽)는 고교친구 게리 때문에 은행강도에 끼어들게 된다.
교통사고가 빚은 기막힌 인생반전
기억상실증 은행 강도의 한탕 스릴러
어두운 화면에 절제된 폭력-액션 일품
어둡고 착 가라 앉은 분위기의 느와르 범죄 서스펜스 스릴러로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욕망과 양심의 가책을 은행 강도라는 중심 플롯에 연결시킨 밤도둑 같이 비밀스럽고 조심스런 작품이다.
기억상실과 스릴러라는 장르 때문에 영화 ‘메멘토’가 연상되지만 각본을 쓰고 연출(데뷔)을 한 스캇 프랭크는 심리묘사와 찌르는 듯한 다크 유머 그리고 탄탄한 드라마에 결정적 순간에 작렬하는 액션 폭력 등을 잘 섞어 작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한탕 스릴러를 완성했다. 특히 영화는 주인공들의 성격 묘사가 뚜렷하고 짙은 무드에 잠겨 있는데다가 폭력과 액션을 가급적 절제해 유럽 범죄영화를 생각나게 하면서 아울러 할리웃의 옛 느와르 필름들을 연상케 한다.
미 중서부의 한 작은 도시가 무대다. 부잣집 아들로 고교 하키팀 스타인 크리스 프랫(조셉 고든-레빗)은 애인과 친구 커플과 함께 헤드라이트를 끈 채 밤길을 고속으로 달리다가 큰 사고를 당한다. 몇 년 후 사고로 기억력이 극히 쇠약해진 크리스는 동네 은행 야간 청소부로 일하면서 텔러가 되려고 한다.
뇌손상에서 아직도 회복중인 크리스는 두뇌의 조직력이 쇠퇴해져 모든 것을 기록해 기억하는데 간단한 일을 하려 해도 집중력을 상실, 제대로 끝내질 못한다. 이런 증세에 사고에 대한 책임감에 시달리느라 크리스는 말 없고 침울한 청년이 되어버렸다. 크리스는 눈이 먼 루이스(제프 데이널스)와 룸메이트를 하는데 루이스는 냉소적이지만 크리스의 정신적 후원자다.
크리스가 우연히 고교 친구로 건방지고 자신만만한 게리 스파고(매튜 굿)를 만나면서 묵화 같던 크리스의 삶이 탐욕과 범죄의 총천연색 빛깔을 갖추게 된다. 게리는 크리스를 파티와 술로 인도하면서 전직 스트리퍼 러블리(이슬라 피셔-‘보라트’의 사샤 배론 코엔의 약혼녀)를 소개한다. 그러나 우연 같던 게리의 출현은 계획된 것으로 게리는 은행 강도단의 일원. 게리의 다음 목표가 크리스가 일하는 은행.
크리스는 게리의 ‘돈 있는 자가 권력 있는 자’라는 모토에 유혹을 받으면서도 양심이 건재해 게리의 지시에 저항하나 본의 아니게 게리의 은행 강도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크리스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으니. 얘기가 눈 덮인 추운 소도시를 무대로 전개돼 범죄의 음침한 내면을 잘 받쳐 주고 있다. 연기들이 좋은데 고든-레빗의 안으로 눌러대는 차분한 연기와 굿의 오만한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룬다. R. Miramax.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