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이 지루한 리처드는 자기 앞에 갑자기 나타난 니키에게 반해 버린다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하는가 봐’(I Think I Love My Wife) ★★★(5개 만점)
제작-감독에 각본·주연 1인4역
코미디언 크리스 록 변신 드라마
사납고 매섭고 물 불 안 가리고 대드는 스타일에 독설이나 다름없는 위트와 유머를 구사하는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코미디 보다는 드라마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만든 코믹 드라마다. 록은 제작 감독, 각본에 주연까지 맡으면서 드라마 배우로서의 변신을 시도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연기와 내용과 이야기 서술 등 여러 면에서 영화가 돋보이는 점 없이 물에 물탄 식으로 맛이 없다. 마치 배우 록이 감독 록에 주눅이 든 듯이 연기는 엉거주춤하는 식이고 유머나 위트도 맹탕이다. 드라마에 간혹 우스갯소리를 섞은 지극히 평범한 영화다.
영화는 프랑스의 명장 에릭 로머의 ‘6개의 도덕적 이야기’ 시리즈 중 마지막 영화인 ‘오후의 클로에’(Chloe in the Afternoon·1972)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중심 플롯은 결혼해 아이 낳고 잘 살던 남자가 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하니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해 지면서 다른 여자를 찾고 바라고 환상한다는 내용. 주인공이 결혼생활 8년만에 바람피울 생각이 나니 ‘8년만의 외출’인 셈이다.
뉴욕의 성공한 투자 전문가인 리처드 쿠퍼(록)는 현모양처인 브렌다(지나 토레스)와 토끼 새끼 같은 두 남매를 가진 남자. 겉으로 무척 행복해 보이는 크리스는 영화 처음에 자기 음성으로 “난 정말 지루해 죽을 지경이야”라고 한탄을 한다. 브렌다와 섹스를 한지가 너무 오래된 것도 리처드가 한 눈을 팔게 된 이유 중 하나인데 리처드는 길을 지나가는 여인과 통근열차에 탄 여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옷도 벗기고 자기 좋을 대로 환상의 바람기를 즐긴다.
이런 리처드 앞에 어느 날 눈부시게 아름답고 섹시한 옛 친구의 애인 니키(케리 워싱턴은 뭇 남자가 탐 낼만큼 육감적이고 아름다운데 연기도 제일 낫다)가 나타난다. 자기 이력서에 서명을 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나타난 니키는 이 뒤로 툭하면 리처드를 찾아와 리처드의 가정생활은 물론이요 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과연 리처드가 니키와 침대에 들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놓고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쓸데없는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지연작전을 펴고 있다. 결과는 영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리처드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면서도 니키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상황을 충분히 살리지 못해 알짜가 빠진 껍데기만의 영화가 됐다. 그리고 도대체 왜 니키가 리처드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R. Fox Searchlight.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