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당에서 와인 주문하는 방법

2007-03-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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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화이트 선정 후 지역·포도 품종 보라

질 낮은 하우스 와인보다 병으로 시키면 실속
자신 없으면 웨이터 불러 추천 부탁해도 좋아

“오랜만에 와이프와 근사한 저녁이나 한번 해보자” 어느 토요일 저녁 큰맘 먹고 예약해둔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깔끔한 복장의 안내원이 도시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쪽 테이블로 안내한다. 테이블 앞에 다양한 그릇과 글래스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웨이터가 음료수를 주문하겠느냐고 묻는다. 여기서 그냥 “물” “콜라” “비어”를 외쳐댈 수는 없는 일. 분위기 잡고 양식 먹으려면 와인만한 음료수가 없다는데, 들은 기억을 더듬어 “레드와인 달라”고 한다. 돌아서는 웨이터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촌것이구먼….”
식당에 가면 와인 리스트를 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뭘 골라야 할지, 또 리스트들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평소 와인께나 안다고 떠들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쏟아지면 진땀까지 흘린다.



<한 고급 식당에서 고객들이 음식을 고르는 동안 소믈리에가 와인 잔을 서빙하고 있다>

▲식당과 와인
식당은 와인을 팔아야 돈이 된다. 식당의 와인은 보통 소매점 가격의 2배 또는 2배반(어떤 업소는 3배. ‘바가지’ 성격이 강하다)을 받는다. 대부분 도매가격으로 사오므로 와인 한병 팔아 3~4배의 이윤을 남기는 셈이다. 따라서 와인을 먹겠다는 고객이 ‘예뻐’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 한국식당에서 술 마시는 저녁 손님이 최고 대접 받는 이유와 같다.
식당 종업원은 와인잔이 조금이라도 비웠다 치면 부지런히 와인을 따라준다. 그러다보면 3~4명이 앉아 식사의 메인 디시가 나오기 전에 와인 한병을 다 비우게 된다. 웨이터가 “한병 더 가져올까”라고 물어오면 “짠돌이”소리 들을까봐 “됐다”고 대답하는 고객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식당은 와인 한병을 더 팔게 된다.
와인이 조금 남아있으면 웨이터가 얼른 여성들 잔에 따라주고 병을 비운다. 이 또한 상술로 보아야 한다. ‘레이디 퍼스트’라며 따라주지만 와인을 물처럼 마셔대는 여성들이 얼마나 될까. 결국 같은 테이블의 남성들이 또다른 와인을 시켜야 하므로 이럴 때는 과감히 “아엠 오케이”로 거절할 줄 아는 여성이 되어야 더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우스 와인은 ‘no’
와인에 ‘까막눈’이라고 해서 “하우스 와인 주세요” 또는 그냥 간단히 “레드와인 글래스”(또는 멀로)”“화이트 와인 글래스”(또는 샤도네)하고 주문하면 십중팔구 바가지를 쓰게 된다.
대부분 하우스 와인은 정체불명이라고 보면 된다. ‘저그’병이나 요즘 유행하는 플래스틱 용기에 가득 담아 파는 ‘싸구려’ 와인이 대부분이다. 하우스 와인은 잔당 4~10달러(평균 6~8달러)를 받는데 식당 주인으로서는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다. 2~3명이 마신다면 잔으로 주문하지 말고 아예 병을 주문하는 편이 낳다. 한병으로 보통 5잔을 채운다.
병으로 주문하면 비싸지 않을까 걱정이 되겠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와인 메뉴판에 40~50달러 이상되는 와인이 즐비하지만 귀빈 접대용이 아니라면 고급 와인들을 주문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연평균 가격을 보면 7달러 선이 가장 많다. 그래서 7달러가 넘으면 ‘프리미엄’급 와인이라고 부르는데 식당에서도 이 정도급으로 주문하면 무난하다. 하우스 와인 3잔만 시켜도 20달러를 훌쩍 넘는데 프리미엄급 이상의 와인 1병 주문하면 오히려 더 맛있는, 그리고 비용도 절감되는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일행 중 혼자 와인을 마셔야 하는 경우라면 웨이터에게 와인의 종류, 연도 등을 꼭 물어보고 병을 확인 한 후에 잔술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보통 프리미엄급 와인은 잔당 가격이 9~14달러 선이다. 예전에는 와인 병을 따고 나면 나머지 보관이 어려워 식당들이 병을 따서 잔술로 팔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질소 흡입기, 진공기 등이 개발돼 장기 보관도 가능해진 요즘은 식당들이 오히려 잔술 판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주문하면 된다.



▲와인 고르기
보통 와인 메뉴는 저가에서 고가 순으로 적혀 있다. 맨 위쪽이 제일 싼 와인이고 내려갈수록 비싸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보통 고객들은 제일 위에 있는 싼 가격대의 와인을 선택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싸구려” 소리 듣지 않을까 눈치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들은 세 번째 정도 이하로 내려가 고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싸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선정한 와인이라면 저렴한 와인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식당이 고급이라면 와인 전문가(소믈리에라고 부름)가 있느냐고 물어봐라. 있다면 소믈리에를 불러 음식에 맞는 적당한 가격대의 와인을 추천받는 것이 좋다. 특히 고급 식당에는 일반 와인 리스트 이외에도 ‘스페셜’ 또는 ‘리저브’ 와인메뉴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흔히 마시지 못하는 수백, 수천달러대의 와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와인 메뉴는 미국(나파, 소노마 또는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등), 프랑스(보르도, 브루고뉴), 칠레, 호주 등 지역별로 구분돼 있으며 레드 또는 화이트 와인으로도 나눠놓는다. 우선 레드 또는 화이트를 선정한 다음 지역을 구분해 고르고 포도 종류를 본다. 프랑스 와인은 역사가 오래돼 복잡하므로 실수하기 쉽다. 캘리포니아는 와인의 대중화를 선언하므로 저가 와인도 무난하다. 덜 알려진 칠레 와인은 가격에 비해 우수제품이 많다. 이도 저도 어려우면 웨이터에게 이러저러한 음식을 주문하려는데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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