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 ‘좋고 나쁜 글의 차이점은 세 가지’

2007-03-0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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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료 Y씨로부터 학생 에세이 중에서 잘 쓴 것과 잘못 쓴 것의 여러 차이점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중에서도 창의성, 어휘선택 능력, 논리적인 구성 능력 세 가지가 ‘A’와 ‘C’이하의 에세이를 구분하는 기준 이라는 것이 수십 년의 영어교사 경력을 가진 Y씨의 말이었다.
사실 창의성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강조되고 있는 가치이지만, 막상 창의성의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저 뿌리 깊은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능력쯤으로 여길 수 있다.
학생들이 에세이를 쓰면서 창의성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이견을 내는 것보다 훨씬 쉽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견에 이의를 제출하려면, 왜 그 의견이 옳지 않고 자기의 생각이 옳은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구태여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오히려 점수를 깎일지 모르는 ‘위험’한 짓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또 ‘튀는’ 사람들에 대한 비우호적인 시선을 이겨내는 배짱이나 용기가 없어서, 그저 남 하는 대로 따라 하려는 경향도 창의성 부족을 설명하는 이유가 되겠다.
에세이를 쓸 때에는 될 수 있는 대로 옳은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소신을 분명하고 자신 있게 제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Y씨의 조언이었다.
다음으로는 어휘선택을 잘하는 것이다.
글짓기에 서투른 학생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문장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어려운 단어 사용이다. 고급 어휘 사용으로 유식함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 은 학생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어휘라도 사전적 의미를 아는 것과 그 어휘의 적절한 사용법을 아는 것은 두개의 다른 능력이다.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적절한 어휘사용 능력과 독서의 양이 직결되기 때문이다.
동료는 어느 단어든지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이 서기 전에 단지 뜻을 알고 있다거나 꼭 한번 사용하고 싶다는 이유로 에세이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장을 분명하게 결론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아시안 학생들 중에서 자신 있게 또 분명하게 의견을 내세워서 결론에 도달하는 대신, 필요 없는 얘기를 우회적으로 반복하면서 결론 내는 시간 끌기 경향이 있다고 했다.
혹시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편견으로 들릴까봐, 이 교사는 조심스럽게 겸손과 예의를 중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을 별로 장려하지 않는 아시안 문화에 연유한 것이 아닌가 하고 내게 물어왔다.
나야말로 이 질문에 대해서 자신 있게 또 분명하게 대답을 할 수 없어서, ‘글쎄’와 ‘아마’를 연발하면서 시원한 대답을 못했다.
문화적 배경보다는, 에세이를 잘 쓰는 학생과 잘못 쓰는 학생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라고 나중에야 내 스스로 결론을 내렸지만 말이다.
일반적으로 에세이의 구조는 서론과 본론, 결론으로 되어 있다. 글의 주제가 세부분을 통해서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결론이 맺어져야 한다.
타고난 명문장가가 아니라도, 꾸준한 노력과 글쓰기 연습을 하면, A 학점 수준의 에세이를 쓸 수 있다 는 것이 Y씨와 내가 동의한 결론이었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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