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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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켓’(Becket)

2007-0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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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오툴·리처드 버튼 절정의 연기

장 아누이의 연극이 원작인 이 영화는 12세기 영국을 통치한 헨리 2세와 그의 친구이자 고문인 토마스 베켓 간의 짙은 우정과 애증관계를 그린 뛰어난 역사극이다.
특히 볼만한 것은 헨리 2세 역의 피터 오툴과 베켓역의 리처드 버튼의 상호간 번개가 치는 듯한 연기. 둘이 모두 절정기에 나온 영화로 그들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걸작 중의 걸작이다. 오툴과 버튼은 모두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고배를 마셨다. 7개 부문서 오스카 후보에 올라 각색상을 받았다.
헨리 2세와 베켓은 막역지우로 둘의 관계에서는 거의 동성애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토마스는 친구인 왕이 현명한 군주가 되도록 좋은 자문을 하는데 왕이 본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의 즉흥적으로 베켓을 캔터베리의 대주교에 임명하면서 과거의 친구관계는 적의 관계로 변모하게 된다.
종교와 국가의 분리를 신봉하는 베켓은 왕에게 자신이 일단 대주교가 되면 왕권의 종교 간섭을 막겠다고 말하는데 이 때문에 처음에 베켓은 대주교가 되기를 거절한 것이다. 베켓이 대주교가 된 뒤로 철저히 왕권의 종교지배를 막으면서 베켓과 헨리 2세의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그래서 헨리 2세는 베켓과의 화해를 시도하나 베켓의 신념을 꺾지 못한다(둘의 바닷가에서 말을 탄 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멋있다). 그리고 헨리 2세는 결국 자기가 사랑하던 친구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영국의 역사를 자세히 따라가면서 아울러 두 남자간의 성적 긴장을 묘사한 지적이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스펙태클이다. 총천연색 촬영이 매우 아름답다. 존 길거드 공연. 꼭 보시도록 권한다. 1964년 작으로 이번에 새 프린트로 오는 8일까지 뉴아트 극장(310-281-8223)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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