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名人) 김 광자 할머니의 귀한 손 맛’
우리나라에 어란(魚卵)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전라남도 영암의 김 광자 할머니가 유일하다.
예부터 영산강 하류인 몽탄강(夢灘江)에서 잡히는 알 숭어를 <몽탄숭어>라고 부르는데, 이 몽탄 숭어는 다른 지방의 숭어에 비해 그 맛이 감미(甘味)가 곁들여 진 감칠맛이 나기로 유명하다.이 알숭어의 알(卵)로 어란을 만드는데, 현재는 영암은 물론 전국에 어란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광자(80세 : 전남 영암군 영암읍 서남리 67-1 전화 061-473-3163)할머니 한 사람 뿐이다.
어란은 숭어뿐만 아니라 대구알, 민어알로도 만들 수 있지만 조선왕조시대 궁중에 진상(進上)하는 어란으로는 숭어알을 제일로 여겼다.예전에는 서해연안에서 민어 알로 어란을 만들어 숭어알이라고 매매하는 상인도 있었다 하니 숭어알 어란의 가치가 뛰어났다 할 것이다.영산강 하류인 몽탄강 서쪽 물밑에는 기름진 감탕이 풍부한데다가 그 감탕속에서 번식하는 미
생물의 종류와 양이 풍부해 이곳에 서식하는 숭어들은 기름진 감탕과 미생물을 흠뻑 먹고 살이 쪄 고기 맛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몽탄강 숭어알은 지방이 풍부하고 차져 그 어란을 먹으면 이 사이에 붙어 서서히 녹아떨어지는 특징이라고 한다.
어란 만드는 법은 소금에 절이는 방법과 묵은 간장을 이용해 만드는 법 두 가지가 있는데, 소금에 절이는 방법은 숭어알을 빼서 소금을 뿌려 간이 배면 대발위에 널어 말린다.볕이 너무 뜨거워지면 껍질이 터지므로 먼저 겉에 참기름을 바르고 말리면서 자주 바르고 손질을 해가며 자주 뒤집는다.혹 말린 어란이 짜서 먹기 어려울 때는 두 번째 받은 쌀뜨물에 담가 간기를 알맞게 뺀다음 다시 잠간 말린다고 한다.1999년 11월 27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전통 식품 명인지정을 받은 김광자 할머니의 어란만드는 법을 보면 첫째 어란을 만드는데, 흠이 없는 숭어알을 고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상하거나 흠집이 있는지 살펴 양질의 알을 골라야 최상의 상품이 된다.
둘째 양질의 어란을 골라 3%의 소금물에 5~6시간 담궈 알에 붙은 핏물과 이물질을 제거 한 후 조선간장을 희석한 액에 24시간 정도 담궈 빛깔과 맛을 내는데, 빛깔은 알의 크기에 따라 간장희석 정도가 달라야 곱게 낼 수 있으므로 이는 명인의 연륜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셋째 이렇게 만들어진 어란을 모양내기 위해 염장된 어란의 애(간장)를 뺀 다음 어느 정도 건조가 되면 알 위에다 목판을 얹고 적당한 무게의 돌로 약 10분간 눌렀다가 손질하기를 수십 차례 한 후 건조 된 어란에 참기름을 발라주면 기름기가 베어나면서 다갈색으로 윤기가 흐르고 20일 정도가 지나면 딱딱해 진다.딱딱해진 어란은 뜨거운 물에 2분정도 담그는데, 이는 알집에 붙은 효소의 산패를 막고 껍질의 단백질을 고정시켜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모양이 만들어진 염지숭어알은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건조시켜 하루에 두 세 번 뒤집어 주면 비로소 어란이 된다.우리의 전통음식은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 창출만 해나간다면 그 가치는 훌륭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고도의 숙련이 요구되는 전통음식 장인들이 50세를 훌쩍 넘겨 하나 둘 그 손맛과 함께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와 있다.유일하게 남아 있는 어란의 명인 김광자 여사도 82세다. 물론 며느리나 딸에게 어란 만드는 법을 대물림한다고는 하지만 열악한 현실에서 과연 그 맥이 이어질지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1990년대 초 느리게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등장한 슬로비족(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이나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추구하는 보보스(bobos)등과 1980년대 중반 유럽에서 시작된 슬로푸드(slow food)운동처럼 우리의 전통식생활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바로 웰빙 즉 참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