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또 다른 한국역사 왜곡 교과서 사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이종국 당시 서부 브루클린 번영회 회장이 30일 본보를 방문 논란이 됐던 도서의 문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1986년 헌터고교서 교재로 사용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
한인학부모 노력으로 폐기처분
일본인의 자전적 소설 ‘요코 이야기(원제: So Far From The Bamboo Grove)’가 최근 ‘미국판 한국역사 왜곡 교과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본보 2006년 12월16일자 A3면 등> 뉴욕에서는 이미 지난 1980년대 말 또 다른 한국역사 왜곡 교과서 논란이 일어 결국 학교가 해당 도서를 모두 폐기처분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주목되고 있다.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China, Korea & Japan)’이란 제목의 당시 문제가 됐던 도서는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학 아대스 벅스 정치학 교수가 저술한 것으로 ▲한민족의 근원이 확실치 않으며 ▲중국과 일본 사이의 지리적 위치로 인해 중국과 일본민족의 잦은 왕래로 양국의 문화와 민족의 혼합되면서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애매모호한 한국인이란 민족을 탄생케 했고 ▲한국이 일본에 이어 7세기 후반 중국으로부터 한자를 도입해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한나라와 송나라 시대 지도에는 한반도가 부속 영토로 표시돼 있을 정도였다.
1986년 뉴욕시 헌터고교 7학년에 다니던 첫째 딸을 통해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당시 서부 브루클린 번영회 이종국 전 회장은 같은 해 8월25일 브루클린에서 열린 아시안 아메리칸 청문회에 참석, 책의 왜곡된 내용을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했다.<본보 1986년 8월27일자 A1면> 당시 헌터고교는 이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고 역사수업의 부교재로 수년간 사용했었다.
이후 그해 10월 중순 학교는 해당도서를 부교재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서신을 이 전 회장에게 전달함과 동시에 도서관에 있던 수십 권의 책을 모두 폐기처분했다. 또한 당시 청문회에 참석한 시 교육청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앞으로 이 책을 뉴욕시내 모든 공립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정도 이끌어냈다.
이 전 회장은 “저자인 벅스 교수가 일본에서 활동하며 일본인의 시각으로 한반도 역사를 잘못 배운데서 빚어진 역사왜곡 사건이었다”며 “한인 1.5·2세들이 미국 땅에서 자라나면서 자신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아가게 해주고 싶어 일을 추진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헌터고교 한인학부모회가 결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1986년 일어났던 한국역사 왜곡 교과서 사건이 이번에 ‘요코 이야기’로 이어진 것처럼 또 다른 제2, 제3의 요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전국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촉구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영문 도서가 더욱 많이 출판돼야 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