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을 실천한 피에르 신부

2007-0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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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단순한 기쁨’‘피에르 신부의 유언’ 등의 책으로 잘 알려진 피에르 신부가 지난 22일 새벽 파리에서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그가 평생을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헌신했기 때문에, 요즈음처럼 노숙자의 문제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반향은 더 크다.
청년시절에 자기 몫으로 받은 유산을 헐벗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수도회에 들어간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체포와 도주를 마다 않고 항독 저항운동을 했고, 수많은 유대인들을 스위스와 스페인으로 피난시켰다. 전쟁이 끝난 이후 그는 1949년에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 엠마우스를 창립했다.
지금은 엠마우스 공동체가 전 세계에 350여개가 되고, 그중 프랑스에 110개가 있다고 하지만, 그가 1954년에 라디오 뤽상부르 방송을 통해 호소한 ‘우애의 임시 구조대’의 필요성은 바로 오늘 전 세계가 여전히 필요로 하는 바이다. 청취자들에게 5,000장의 담요와 300개의 천막과 200개의 난로를 당장 빨리 갖다 달라고 요청한 그는 “고통 받는 당신이 누구이든 간에 들어와서 자고 먹고 희망을 되찾으시오. 여기서는 우리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는 프랑스에서 최근에 결실을 보게 된 ‘주거지를 가질 권리’(DAL)의 운동을 도왔고, 오늘도 집 없는 사람들은 천막에서 노숙을 하고 빈 집들을 점거하며 싸우고 있다. 피에르 신부는 그의 세계 선언에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먼저 봉사를 받도록” 규정했다. 그는 “내 빵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물질주의가 될 수 있지만, 남들의 빵을 위해 싸우는 것은 벌써 영적인 것이다”고 선언했다.
그는 마더 테레사와 같이, 오늘날처럼 삭막한 세계에서 종교와 인종을 넘어 남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증언한 인물이다.
이런 위인들이 사라져갈 때마다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물질만능주의의 세상에서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살고 싸우는 인물들이 이렇게 계셨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는데, 그들의 뜻은 계속해서 지켜질 것인가? 우리는 다시 비인간적인 세계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인가? 어디서나 집세는 감당할 수 없이 오르고, 한국에서도 전세 값이 너무 엄청나게 올라 다시 더 변두리로 이사를 가야 하는 이들이 많고, 재개발에 밀려 그나마 살던 집에서 쫓겨나가는 일이 다반사인데, 일찍 집 문제에 대처한 피에르 신부가 놀랍다.
영원한 우리들의 문제 의식주가 위협 받을 때 도움을 바랄 수 있는 조직과 사람들을 키워 놓은 그는 행동으로 사랑에 대한 그의 신념을 실천했다.“모든 참상과 그 많은 남녀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래도 영원한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래도 사랑 받고 있고, 우리는 그래도 자유롭다고 말입니다.”
이 말에서 우리는 그가 가톨릭 신부임을 상기한다. 우리는 그를 본받아 사랑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겠다. 세상의 부조리와 싸울 수 있는 힘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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