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리(벤처소스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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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한국계 벤처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 현지의 생생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대응과 적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즈니스 디벨럽먼트와 투자유치 등 벤처기업의 전반적인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데이빗 리 벤처소스그룹 대표가 벤처투자과정의 분석과 실례, 한국 기업의 미국진출시 실수와 문제점, 해결방법, 실리콘밸리의 향후 전망과 그 증거들, 벤처기업의 실패확률을 줄이는 방법, 한인 커뮤니티와 벤처기업의 문제점과 발전모델 등에 대해 1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국 벤처캐피탈리스트 그들은 누구인가?
미국 내에서 벤처캐피털(이하 VC)사로부터 자금 유치를 받아내기 위해선 첫째 그들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우 존스에서 관리하는 미국의 VC숫자는 약 3,200개 회사에 이르고, 실리콘밸리 주변에 모인 VC는 대략 4백여 개가 있다. 어떠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콘택 포인트는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각 VC마다 각 사가 포커스를 두는 산업, 테크놀러지, 투자시점, 투자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외면하고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하면 백발백중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면 투자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우선 일반적으로 한 투자분석가가 리뷰하는 회사가 주당 60개 업체가 넘을 때가 많다. 즉 많은 기술회사가 회사 비즈니스 플랜과 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하지만 그 중 대다수는 스크린 과정에서 탈락하고 만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 부족, 비즈니스 플랜의 질적 미달 및 전문성 결여, 시장규모의 불확실성, 기술회사 임원들의 실적(Track Record) 전무, 기술에 대한 오너십 문제, 현실성이 결여된 계획, 비슷한 또는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타 기술회사의 존재, 거짓말, VC의 전문성 결여 등이 그것이다.
한가지 덧붙여 말하자면 VC라고 해도 모든 기술과 그 시장을 다 이해하고 알고 있다는 잘못된 추측은 버려야 한다. VC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투자결정을 직접 하고 자발적으로 투자를 하는 VC와 그런 VC의 결정을 따라가는 VC가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 VC투자결정자는 ‘매니저’라고 부른다. 특히 투자를 한 회사에서만 다 한다면 그 위험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투자그룹 즉 ‘신디케이트’를 형성해 매니저가 투자하면 나머지는 그 회사를 따라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매니저’회사를 만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매니저 역할은 기술의 종류, 시점, 지역 등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를 찾아내는 것이 투자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내는 첫걸음이다.
VC들은 관리하고 있는 자산(Asset) 규모도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먼로 파크에 위치한 D사를 예로 들면 관리 자금은 2006년말 기준 30억 달러 정도고, 18명의 투자분석가가 활동중으로 주로 IT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264개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중 259개는 미국, 나머지는 외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중 개인회사로 남아있는 기업의 수는 128개, IPO 등록에 성공한 기업은 23개, M&A된 기업은 전체의 22%인 57개에 이른다. 파산한 기업은 19%인 50개사. 이 같은 결과는 매우 실적이 높은 편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파산된 회사가 50% 미만이라면 경영을 잘하고 있는 VC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투자가 입장에서 기술회사에 투자하는 일은 극히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VC가 생각하는 투자시 위험도(Risk)를 어떻게 하면 감소시키며 투자금 회수(RoR; Rate of Return)을 어떻게 하면 빨리 많이 가져올 수 있겠느냐 하는 질문에 논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답변하는 것이다. 투자는 당연히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위험도를 낮추는 일은 쉽지 않지만 꼭 해야 되는 일이다. 기술은 그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더 강조하고 싶다.
투자분석가들에 의해 선택된 기술회사들은 1차 미팅을 거쳐 2차 미팅이 이뤄지면 2차 미팅까지 통과한 회사는 그만큼 투자대상으로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투자자가 요구하는 자료가 회사 기밀에 관련된 경우가 많아 어떤 경우는 기술회사 설립자가 퇴짜를 놓는 경우가 있었다. 이것도 역시 오해에서 나오는 결과이다. VC사는 비밀보장각서(NDA)에 사인하지 않는다.
투자 타당성 조사(Due Diligence)가 성공적으로 종결되면 주로 가계약서(Unbinding Term Sheet)가 먼저 오가게 되며, 양측의 조건이 만족되면 계약서에 사인과 함께 비로소 회사의 가치, 투자조건, 투자규모 등이 정해지게 된다. 투자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최후 투자결정에 있어 때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직관(Intuition)’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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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리(한국명 이현수)
벤처 소스 그룹(Venture Source Group, Inc) 대표. 샌프란시스코 주립대(SFSU) MBA과정을 밟은 후 케이원 어소시에이트 벤처 컨설팅 기업에 근무했다. 최근 벤처 소스 그룹은 베라터치(Varatouch)라는 휴대폰 관련 기술기업을 M&A하는데 성공한 데 이어, 미국계 회사인 YA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한국계 기업인 와이즈그램, 넥서스칩, 매스터 이미지 등 현재 8개에 이르는 벤처기업들의 매니지먼트와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www.venturesourcegroup.com, 문의 (510) 552-7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