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부를 하는 기쁨

2007-01-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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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장정일 지음

학벌위주의 사회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중졸학력으로 시인이자 소설가인 독서광, 장정일.
그는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모든 장르의 글이 영화화되고 연극 무대에 올려지면서 우리 문화계에 ‘장정일 신드롬‘을 일으킨 혁신적 작가이다. 아울러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음란물로 분류되어 사법적 판단의 도마에 오름으로써 다시 한번 세간에 파란을 일으킨 문제적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기 파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위악성’을 폭로하고, 실험적인 형식과 독특한 문체로 문단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였다.
그가 <공부>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그는 알고 싶어서 읽고, 입장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성공하기 위해 혹은 보여주기 위해 하는 공부는 처음부터 그와 거리가 멀다. 장정일의 <공부>는 그 공부의 기록이다.
네오콘, 욕망, 개혁과 혁명 등의 화두를 두고 그와 관련된 책들을 모조리 읽어 내려가는 독서의 힘을 보여준다. 하나의 화두를 풀기 위해 수십, 수백 권의 책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간다. 바로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장정일의 공부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장정일의 <공부>를 읽는 독자는 장정일이 그려놓은 인문학의 새로운 독도법을 배우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의 목록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족하다. 장정일의 인문학 독도법은 공부의 기쁨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이형열 /알라딘유에스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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