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탱고

2007-0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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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정하여진 수명이 있다. 개들은 20년이 긴 수명이고, 사람은 80년이면 장수이다. 삼나무는 2000년도 가능하다. 이 칼럼, ‘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 그리고 한국인’의 수명은 8년이다. 그렇다. 이 칼럼이 195번째의 글로 막을 내릴 시간이 왔다. 모든 좋은 일에는 끝장이 오기 마련이다.
나의 생활 상황의 변화로 글을 계속 쓰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교회 목사로서 나의 관심의 초점이 설교준비와 교인들을 돌보는 일에 맞추어 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교회 목회와 아프리카 선교로 분주하게 되면서부터는 한인들과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이 칼럼의 포커스에 맞추는 글을 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끝남을 말하는 마음은 항상 슬프다. 나 역시 이 칼럼이 끝을 보는 것이 슬프고, 나의 글을 오랫동안 읽어 주신 충실한 독자들에게 이 끝남의 소식을 알리는 것이 슬프다.
대학 교수인 나의 한인 아내가 1998년 샌프란시스코 한국일보에 교육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하여 한국일보가 나에게 ‘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한 두 편의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했다. 나는 재미있을 것 같아 승낙을 하였다. 샌프란시스코 한국일보에 첫 편의 글로 “개소리 하지마”라는 글이 1999년 1월23일에 실렸다. 그리고 2주 후에 나온 글이 “한국: 한나라인가, 두 나라인가?” 라는 글이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었나 보다. 격주로 칼럼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몇 달 후에 로스엔젤스에 있는 한국일보 미주본사로부터 부탁을 받으면서 나의 글이 미주 전역 신문에 실리기 시작하였다. 한인들이 모이는 곳에 갈 적마다 나의 글을 열심히 읽는다는 독자들을 만났다. 한번은 시카고를 방문하였을 때이다. 식당에서 어느 한인이 나를 알아보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워하며 한국말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의 한국말이 글로 본 것처럼 유창한 줄 알고 말이다.
나는 이런 경우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다. “감사합니다”라고 간단히 말한 이유는 그 이상 한국말을 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젠 이 칼럼에 관한, 이미 공개된 비밀을 말할 시간이 되었다. 이 칼럼은 나와 나의 아내의 합동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아내와 나는 탱고 춤을 추었다. 8년 동안 즐겁게 추었다. 춤을 추는 사이에 칼럼의 이름이 “그게 이렇습니다”로 바뀌기도 하였다. 칼럼을 쓰는 과정은 대강 이렇다. 며칠 동안 나는 칼럼 주제에 관하여 곰곰이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몇 시간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쓴다. 다음은 아내가 나의 영어 생각을 한국어로 번역한다. 아내 없이 이 칼럼은 있을 수 없다. 나의 탱고 파트너인 아내 김현덕에게 감사한다. 8년 동안 195편의 글을 쓸 수 있도록 수고하여주신 한국일보의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나는 칼럼 한편 한편을 한 개의 구슬로 본다. 나는 195개의 구슬을 꿰어서 아름다운 진주목거리를 만들 때까지 이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이 칼럼이 진주목거리가 되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이고 싶다. 2007년이 끝나기 전에 ‘미국인이 본 한국과 한국인’의 칼럼에서 뽑은 글들을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나의 글을 사랑하여주신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았기에 8년 동안 지속 할 수 있었다. 친구처럼 나를 사랑하여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크리스 포오먼>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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