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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 이야기’ 한국서 뜨거운 감자로...번역자 윤현주씨 본보 인터뷰

2007-0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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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국일보가 그간 보도해온 ‘미국판 한국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 논란의 주인공 ‘요코 이야기’<본보 2006년 12월16일자 A3면>가 17일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국판 인터넷 검색사이트마다 한때 인기 검색어 순위 10위권 내에 머물면서 네티즌들의 맹공격이 쏟아지자 출판사인 ‘문학동네’는 ‘뉴욕타임스 우수도서 선정’이라고 인쇄된 책 표지를 긴급히 교체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한국의 각 언론사마다 ‘요코 이야기’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집중 보도한데 이어 일부에서는 불매운동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 중학교에서 정식 교과서로 채택돼 지난 20여년간 학생들에게 교육돼 온 ‘요코 이야기’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의 외국인 학교를 비롯,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각 지역에서 교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일 역사 왜곡 논쟁의 불씨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 기자>


전쟁이면 인간적 아픔 짚어봐야


“한국 네티즌들이 지나치게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 2005년 ‘요코 이야기(So Far From The Bamboo Grove)’를 한국어로 번역해 세상에 내놓은 역할을 한 윤현주(43)씨는 17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한일 역사관계 속에서 한국인들은 철저하게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교육받아왔기에 네티즌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전쟁 앞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법이다. 커다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쟁 이면에 감춰진 인간적인 아픔을 짚어볼 수 있다면 더 크게 성장하는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씨가 책 번역을 하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딸아이가 공부하게 됐다며 가져 온 영문 원본을 접하면서부터다. 읽으면서 나름대로 불편한 감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으니 무조건 읽지 말라고 하는 것은 편협한 민족주의라는 생각에 번역을 하게 됐고 이후 학교 도서관장을 직접 찾아가 한국적 시각에서 한국인들이 쓴 영문 문학작품도 함께 교과과정으로 다뤄지길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윤씨는 “번역과정에서 내용의 역사적 사실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라 문학책이다. 역사적 사실 관계는 역사학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어 번역본이 출판된 지 무려 2년이 지나서야 갑자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윤씨는 “책에는 요코의 오빠를 구해주고 굶주린 요코 가족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착한 한국인도 있고 일본으로 돌아간 뒤 요코 가족을 괴롭히는 나쁜 일본인의 모습도 모두 담겨 있다”며 “한 국가나 민족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인간의 모습을 깊이 이해해 본다는 문학적 측면에서 독자들의 냉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역사관계의 공개 토론 기회를 삼아 다양한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좀 더 균형 잡힌 한국인의 시각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출판편집자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윤씨는 지난 1997년 남편의 유학길에 1남1녀의 자녀를 데리고 미국에 건너와 현재 보스턴 근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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