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녀원에서 온 편지

2007-01-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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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은 못하지만 시간 나는 대로 부지런히 편지쓰는 일을 통해 작지만 소박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화보다는 편지나 엽서로 감사, 위로, 축하의 표현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메일이 일상화된 요즘, 편지를 쓰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편지쓰기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분이 있다. 바로 시집 <민들레의 영토>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등 수많은 시집과 산문집을 낸 이해인 수녀님이다.
이해인 수녀의 신작 <사랑은 외로운 투쟁>(마음산책 펴냄)은 수녀가 세상을 향해 띄우는 일 년 열두 달 편지다. 이 책은 수녀와 수녀원 소식을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10여년동안 편지를 월별로 묶은 것으로 “하늘빛 희망을 가슴에 키우는 달, 봄비를 기다리며 첫 러브레터를 쓰는 달,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파도로 달려가는 달”등 1년 열두달을 고운 이름들과 가슴에 새기고 싶은 시로 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수녀원 안팎에서 직접 겪은 다양한 경험들, 이해인 수녀가 발견한 아름다운 시나 밑줄을 그었던 좋은 글 귀, 감동을 준 책, 묵상주제 등을 시와 글이 어우러진 부담없고 편안한 편지글로 전하고 있어 솔직하고 꾸밈없는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아우 수녀들의 청에 못이겨 동요와 함께 귀여운 율동을 선보이거나, 산책하던 중 만나 무밭에서 하얀 무 한 개를 뽑아먹으니 재미가 나서 자꾸만 뽑아먹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는 ‘명랑 수녀’ 이해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는 것도 자연스럽게 써내려 간 편지글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해인 수녀는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진정한 행복에는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낸 외로움이 속 깊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외로운 투쟁일 수밖에 없다.
이형열/알라딘US 대표
www.aladdinus.com

사랑은 외로운 투쟁
이해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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