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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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Shanghai)

2007-0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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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온 여인’(The Lady from Shanghai)

거울집에서의 오손 웰즈(왼쪽)와 리타 헤이워드.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한 장면.

스타일 멋있는 사악한 필름느와르

오손 웰즈가 감독하고 주연한 1948년산 사악하고 스타일 멋있는 흑백 멜로드라마이자 필름 느와르로 당시 그의 아내였던 섹스의 여신 리타 헤이워드가 요부로 나온다.(둘은 영화제작 직후 이혼했는데 영화에서 둘이 함께 있는 장면에서 욕망과 회한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단히 괴이하고 복잡한 스릴러로 웰즈는 헤이워드를 저주의 여신으로 만들어놓은 뒤 자신은 아일랜드 태생의 세상물정에 어두운 선원으로 나와 이 여인의 유혹에 빨려들어 살인죄를 쓰게 된다.
영화는 처음에 밤의 뉴욕 센트럴팍에서 웰즈가 위험에 처한 헤이워드를 구출해 주면서 시작된다. 이를 계기로 웰즈는 표리가 부동하고 음흉한 헤이워드의 남편(에버렛 슬로안)의 뱃사람이 된다. 슬로안은 한 때 강력한 변호사였으나 지금은 성불구자인데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불구자이다. 그리고 관능적인 아내를 스토커식으로 따라 다닌다. 웰즈는 슬로안의 요트의 선원이 돼 두 음모를 꾸미는 부부와 함께 태양이 눈부신 아카풀코로 항해한다. 햇볕이 반사하는 물결의 깨끗함과 영화 플롯의 추악함이 좋은 대조를 이룬다.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위락공원 내 거울집에서의 총격 장면. 슬로안이 다면의 거울들로 만들어진 거울집에서 거울에 비치는 헤이워드를 향해 총을 쏘면 총 맞은 거울은 깨어지나 헤이워드의 모습은 다시 다른 거울에 나타난다. 대단히 극적이요 웰즈의 총명성이 드러난 장면으로 브루스 리가 나온 ‘용쟁호투’의 클라이맥스에서도 이 장면을 빌려 썼다. 헤이워드가 유일하게 사악한 여인으로 나온 영화로 쿨하고 섹시하고 수수께끼 같은 그의 모습이 황홀무아지경이다.

‘버니레이크의 실종’(Bunny Lake Is Missing)
미국에서 런던으로 4세난 딸 버니 레이크와 함께 거처를 옮긴 신경이 예민한 어머니(캐롤 린리)가 버니를 너서리스쿨에 맡긴 뒤 딸이 실종된다. 어머니는 이를 경찰에 신고하나 사건을 맡은 노련한 형사(로렌스 올리비에)는 학교 등록부와 버니 어머니의 집 어디에서도 버니가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찾지 못한다. 과연 버니는 실재하는 아이인가. 공포와 병적 유머를 교묘히 섞은 영화로 괴상한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오토 프레민저 감독의 1965년작. 19일 하오 7시30분 LA카운티 뮤지엄 빙극장(323-857-6010) 동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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