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우리에게 지쳤나봐’(God Grew Tired of US)★★★½
2007-01-12 (금)
수단에서 미국에 온 데이니얼이 동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수단청년 3명의 미국생활 적응기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은 기록영화다. 수단에서 전쟁과 살육을 피해 케냐로 넘어온 뒤 거기서 다시 미국의 여러 도시들로 보내져 새 환경에 적응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3명의 수단 청년의 이야기를 4년간 따라다니면서 카메라에 담은 수작이다. 거의 같은 내용을 다룬 2003년산 기록영화 ‘잃어버린 소년들’이 연상되나 이 영화는 예전 것보다 훨씬 덜 복잡하고 또 정감 있게 만들어져 대중들이 매우 즐길 작품이다.
영어가 서투나 달변이요 친근감이 가는 세 젊은이는 존 불 다우와 팬서 비오르 및 데이니얼 아불 팍. 이들은 다른 수천명의 피난민들과 함께 죽음과 노예생활과 가족의 피살과 파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벌한 아프리카 땅을 가로질러 수단에서 케냐로 온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케냐 카쿠마의 피난민 캠프에서 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자신들의 미래가 결정될 때까지 척박한 삶을 산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셋은 운이 좋아 미국으로 보내진다. 이들이 생전 처음 발을 디딘 백인들의 사회에 소개되는 모습이 우습고 재미있다. 한 젊은이는 일부일처제의 미국사회 관습에 “아내가 하나 뿐이야”라고 의아해 하고 또 다른 젊은이는 펩시 병을 가리키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코카콜라라고 부른다”고 이상해 한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장면은 책임감 강한 기골이 장대한 다우가 수년만에 어머니와 재회하는 모습. 다우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어머니를 맞으려하자 어머니는 아프리카인 특유의 기이한 고음으로 내는 환호성을 지르며 활주로 한 복판에 주저앉는다. 이를 사랑과 당혹의 착잡한 눈길로 바라보는 다우의 모습에서 ‘잃어버린 소년’들의 의미를 읽게 된다.
다소 유감스런 것은 백인 동네에서의 검은 아프리카인의 존재 의미와 아프리카에서 이들이 겪었을 어려움과 가혹한 현실 묘사가 모자라는 점. 촬영이 눈부시게 훌륭하고 진행 속도가 경쾌하다. 크리스토퍼 퀸 감독. PG. Newmarket. 선셋5(323-848-3500),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웨스트팍 8(800-FANDANGO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