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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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 맛기행/한우리

2007-01-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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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집 먹을 거 있다’


음식점에 들어가보면 나름대로 특성이 있다. 식당마다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라고 할까. 사람마다 좋아하는 입맛 다르고 분위기 다른데, 샌프란시스코 게어리 스트릿에 자리잡은 ‘한우리’(사장 하워드 김)는 입맛도 분위기도 맞는다. 분위기 좋고 깨끗한데 음식맛까지 정갈하다면 금상첨화인데 여기가 그렇다.

식객들이 말하는 음식이 ‘맛있다’는 의미를 굳이 말한다면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평균점을 찾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입에도 맞고 타인의 입에도 맞는 ‘맛’. 그러나 모두가 좋아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그 맛을 만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어머니의 손맛이 다른데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에 ‘맛있다’라는 평가을 한다는 자체가 힘들다. 그런데 ‘한우리’를 찾는 손님들은 ‘맛있다’또는 ‘이집 음식이 입에 맞는다’는 표현들을 한다. 나 또한 여기 음식이 입에 붙는다. 사설이 너무 길었나 보다. 이제부터 거두절미하고 음식에 대해 논해보기로 하자.
바람 쌩쌩부는 겨울, 찬바람이 목덜미를 파고 들을 때에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녹각 삼계탕이 제격이다. 추위와 함께 허한 마음도 함께 날릴 수 있으니 말이다.


몇 시간씩 폭 고운 진한 국물를 ‘후’ 불어 몇 숟가락 떠서 마시고 먹기좋게 닭고기를 잘라 입안에 가져가면 여러번 씹을 겨를도 없이 부드러운 육질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담배하고 느끼함이 없다. 그리고 닭고기 특유의 냄새도 없다. 비결은 한번 닭을 넣어 끓이고 나서 다시 한번 끓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끓일때는 녹각, 수삼, 당귀 등 한국에서 들여온 여러 약재와 닭을 넣고 은은한 불에 다시 폭 곤다. 이런게 만든 녹각 삼계탕이니 보약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보약이면 쓴게 당연한데 맛있으니.
하여튼 나름대로 몸보신 했으니 올 겨울도 병치레 않하고 무난히 넘길 듯 싶다.
이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또 있다. 된장 삼겹살과 오리구이.
불판에서 지글거리며 구워지는 삼겹살과 오리구이를 보고 있노라면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인다. 어디 삼겹살부터 먹어보자. 이제까지 쭉 봐왔던 삼겹살인데 맛은 그것이 아니다. 된장과 어우러진 새로운 맛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함도 줄었고 씹는 맛은 한결 좋다.
다음은 오리구이. 원래 오리구이가 가지고 있는 냄새때문에 좋아하지는 않지만 확인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한입 먹어봤다.
신기하게도 오리 특유의 냄새가 없다. ‘한우리’ 사장이 맛을 장담한다고 해서 먹어봤더니 거짓이 아니다. 소고기, 돼지고기와는 사뭇 다른 맛이다. 덕분에 오늘 별미 하나를 더 알게됐다. 사장이 처음 온 손님에게는 야채 소스와 곁들여 먹으라고 식사법도 알려준다.
이제 얼큰한게 먹고싶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김치찜. 빨갛게 색이 오를 데로 오른 매곱한 향의 김치가 흑돼지 삼겹살과 함께 끓고 있다. 코를 자극하는 이 냄새에 입맛이 계속 살아난다. 뜨거운 밥 위에 돌돌말은 김치를 얹고 한입에 ‘쏙’ 넣으니 ‘밥 도둑이 따로 없다’. 숙성된 김치로 만들어서 그런지 김치의 맛이 살아 있다. 적당히 맵고 국말맛 시원하고 입맛 살리는 데 그만이겠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맛있다’는 ‘한우리’. 그 맛의 비결은 아마도 주인이 말하던 “재료값이 많이 들어 이문이 얼마 남지 않더라도 처음 음식맛을 계속 지키겠다”는 고집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소문난 집에 가봤더니 먹을 것이 많더라. 그것도 아주 푸짐하게…
한우리 주소는 샌프란시스코(4217 Geary Blvd)이며 문의는 (415)221-5227로 하면 된다.
<추천인/앤드류 김>

◇북가주 맛기행은 독자 여러분께서 만드는 코너입니다. 맛있는 외식의 추억을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십시오. 원고와 사진을 보내주시면 최대한 반영해 드리겠습니다. 사정상 일반우편이나 구두추천은 사양합니다. 전자우편 보내실 곳 : sfkt@koreatimes.com 또는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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