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그게 이렇습니다 ‘나르시스’

2007-01-04 (목)
크게 작게
한국말을 처음 배웠을 때 한국말 선생님이 두 페이지 정도의‘기원이 같은 말’(Cognates) 단어들이 적힌 종이를 주었다. 예를 들어‘볼펜’‘컴퓨터’‘텔리비전’과 같은 말이다. 영어에서 기원된 말들이지만 영어를 한국말로 발음하여 한국말이 되다시피 한 말들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영어 단어들을 한국 사람들이 알아듣도록 발음하는 것을 연습하였던 기억이 난다.
지난해 나는 영어에서 기원이 된 새로운 한국말을 배웠다. 그것은‘웰빙’이라는 말이다. 몇 년 전 만해도 이 단어는 입 밖에 내지 않았으나 지금은 웰빙이라는 말이 많은 한국 사람들의 입에서 일상용어로 말해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디자이너 청바지’ 또는‘디자이너 휴대폰’을 갖고 싶어 하는 것처럼 건강하고 보기 좋은 모양의 몸, 즉‘디자이너 몸’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생긴 말 같다.
한국에서‘웰빙’을 위한 폭발적인 관심은 세 분야에 집중되는 것 같다. 건강식, 근육운동, 성형수술이다.
한국 식료품가게에 갈 적마다 나는 건강식품을 진열한 선반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워한다. 옛날에도 건강을 위한 인삼뿌리, 녹용, 박카스 D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품마다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웰빙이 사방에 있다.
지난해에 한국을 방문한 나의 친척은 나무에서 채취한 물이 건강에 좋다고 하여 ‘나무 물’을 가져왔다면서 조그마한 병을 보여 주었다. 이 물은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특별한 나무에서만 생기는데, 나무에 구멍을 뚫어 물을 한 방울씩 채취한다고 설명하여 주었다. 아주 비싸다고 하였다. 그 물 몇 방울을 나에게 주면서 마셔 보라고 하였다.
나는 나의 웰빙이 향상될 것을 기대하면서 마셨다. 나의 웰빙이 향상이 되었는지 확신이 가지 않았지만, ‘나무 물’을 비싸게 판 농부의 웰빙이 향상되었음은 분명하다.
운동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1972년 내가 한국에 처음 갔을 때, 나는 가끔 시골길을 뛰었다. 동네 사람들은 나더러 왜 뛰느냐고 물었다. 운동하기 위하여 뛴다고 대답을 하였을 때, 나를 정신 나간 사람처럼 대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에너지를 왜 그런데 소모하느냐고 말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서 가정주부들이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웰빙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 웰빙이라는 의미는 이상적인 몸무게를 유지하고 TV 스타들처럼 탄탄하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헬스클럽, 운동기구, 운동 팀들이 웰빙을 증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에 집착을 한다. 한국의 유명한 배우들 중에 성형하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큰 눈, 작은 광대뼈, 주름을 펴 팽팽한 얼굴을 수술하여 만든다.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만족한 결과를 성취할 수 없으면 옆에 있는 외과의사의 도움으로 결과를 얻는다. 대통령도 웰빙을 위해 성형을 하였다.
신체를 단련하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한쪽으로 관심이 치우치게 되면 다른 쪽은 외면하게 된다. 나의 의견으로는 외모를 향상시키는데 과도한 관심을 쏟으면 정신과 영혼을 향상하는데 눈길을 주지 않게 될 것 같아서 그것이 우려가 된다. 웰빙에 너무 치우치다 보면 하나님과 이웃으로부터 눈길을 떼고 자기 자신의 배꼽만을 주시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스를 기억하자. 그 젊은이는 개울에 반사한 자신의 모습에 반하였다. 꼼짝하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는 그 청년이 굶어 죽을까 봐 신들은 그가 영원히 그 곳에서 있도록 꽃으로 바꾸었다. 만약에 한국의 꽃을 무궁화 대신 한국의 현재 문화를 더 잘 표현하여 주는 꽃으로 바꾸면 어떨까. 수선화로 말이다.

<크리스 포오먼> 교육학 박사·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