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일하고 자기 하는 일에 충실하게 살다가 막상 은퇴를 하고 나니 그 사이에 친구조차 사귈 시간이 없었다.” 미 주류사회 직장에서 정년퇴직 연세를 훨씬 넘기시도록 오랫동안 일하신 김 박사님께서 매일 바쁘다고 하는 후배에게 충고해 주신 말씀이었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오랫동안 사귄 직장 동료라 하여도 ‘친구’와는 확실히 차이가 많다. 내게도 USC 내에서 20년 동안 함께 일한 직원들도 있고 10년 동안 한 주에 5일씩 하루 8시간 이상을 같은 일터에서, 오히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교제보다는 각자의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직장생활이기에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배려하며 각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10년, 20년을 같이 근무해도 어디까지나 직장 동료일 뿐 친구가 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미국 사람들도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다는 연구조사가 소개되었다. 사회적 외로움이 각종 육체적·정신적 질병과 심한 경우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가까운 친구, 가족 혹은 사교의 부재)은 육체적·신체적 해악을 끼치며 또한 노화를 촉진한다. 그러나 친구와의 우정은 질병의 방패라고 말한다. 친구나 가족간의 유대감은 우울증과 고혈압, 동맥경화, 각종 질병의 감염, 심지어는 죽음 등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사회의 미국인들은 점점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더욱더 고립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암이나 각종 사고, 자살률 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사회학 이론 저널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2명과 자신의 중대사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대답했는데 그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 즉 가족 외의 개인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은 채 1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대답한 사람도 심각하게 많았고 그 숫자도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1985년도 듀크 대학의 조사에 미국인 10명 중 1명이 가까운 관계의 친구가 없다고 대답한 반면 지난 6월의 연구조사에서는 4명중 1명이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이는 상당히 심각한 현대인의 모습들이다.
연구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자녀들을 키우는데 바빠지면서 사회적 네트웍이 점점 좁아진다고 한다. 나이 들고 병들기 전에 미리 지속적인 사회적 네트웍 개발이 필요함을 충고하고 있다.
우리 각자도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을 의논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있는지, 또한 있다면 몇 명이나 있는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가족 한명 정도, 친구 한명 정도의 대화 상대가 있다면 미국인의 평균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조사된 바와 같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게 시간을 할애하는데 무척 인색한 경우가 많다. 직업상·사업상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특히 친구들과 가끔 만나는 식사 약속시간은 제일 낮은 우선순위에 위치 할 때가 많다. 나 자신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 모임들이 여럿 있는데 어떤 모임은 1년에 4번 만나는 스케줄 잡기가 큰 프로젝트 수행하는 것만큼 힘든 경우가 있다. 또한 어떤 경우는 이메일로 두주 동안 약속시간을 맞추다가 결국 다 포기하게 되는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것도 힘든 모임도 있다.
좋은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좋은 친구를 만드는 데도 적극적인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비즈니스의 약속처럼 미리 정해 놓고 약속을 지키려 노력해서 서로 시간을 함께 보내야 좋은 우정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