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이웨이의 치명적인 사고

2006-12-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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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습니다

며칠 전 아침 일찍 달라스에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길에 일어난 일이다. 새벽시간이라 공항 가는 길이 한산할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리치몬드 다리에 공사가 있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려 다리를 건넜다. 오클랜드 공항에 거의 왔을 때 갑자기 내 앞에 펼쳐진 브레이크 라이트 물결을 보면서 급정거를 하게 되었다. 하이웨이는 순식간에 파킹장이 되어버렸다.
공항으로 가는 출구에서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인하여 교통이 막혔다는 라디오 뉴스를 들으면서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조급하여졌다. 앞에서 천천히 기어가는 차량의 물결처럼 낭패감이 서서히 밀려와서 나를 사로잡았다.
모터사이클들은 차량 사이를 비켜가며 앞으로 전진하는데 차들은 기어가듯이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왜 하필이면 이때 이런 일이 일어나서 비행기를 놓치게 하나” 하는 원망스런 마음이 들었다.
“운전을 조심해서 하지 않고 바보같이 이런 사고를 내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다니!” 나는 혼자 라디오를 향하여 소리치며 낭패감에 짜증을 터뜨렸다.
드디어 사고현장에 도달하였다. 현장에서 흩어진 유리조각들을 청소하는 사람들을 지나치자 차들은 속도를 내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속도를 내어 공항에 도착하였다. 서둘러서 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운터를 향하여 뛰어갔다. 직원에게 표를 건네주자, “비행기가 20분이면 떠납니다. 검색출구를 통과할 시간이 없습니다. 통과하시지 못할 겁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하였다.
벌금을 내고 다음 비행기표로 교환하고 두 시간을 더 기다렸다. 나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스케줄이 엉망이 되고 헛돈까지 쓴 것을 생각하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짢은 기분으로 대기실에 앉아서 무료하게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할 일도 없던 차에 아침에 일어났던 일들을 돌이켜 보았다.
“누군가가 나보다 더 운이 나쁜 사람이 있지 않는가?” 하고 자그마한 목소리가 나에게 속삭였다. 어떤 남자인지, 어떤 여자인지 그는 그 아침에 살아남지를 못하지 않았나. 나처럼 그 사람도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 입고, 나처럼 집을 나서서 운전대를 잡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나와 달리, 그 사람은 차에서 내리지 못하였다.
비참한 소식을 전달할 전화통화 그리고 장례식을 떠올린다. 니미츠 하이웨이에서 일어난 치명적인 사고의 소식을 전해 받고 가슴 아파할 가족들을 생각하여 본다.
항상 그렇듯이, 죽음은 우리들을 숙연하게 만들고, 삶을 바로 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고 당한 사람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갑자기 뉘우침과 회개가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오 하나님, 참으로 오만한 저를 용서하소서. 좋은 수요일 날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호흡할 수 있는 기적을 베푸시는 당신께 감사합니다.”
나는 ‘놀라우신 주의 은혜’라는 찬송을 속으로 부르면서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크리스 포어먼>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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