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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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찾은 아들 엄마도 몰라보는‘홈리스’

2006-12-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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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베트남 누엔 여인 눈물의 노정

베트남 엄마가 20년 전 당시 16세인 아들을 기아와 범죄로 얼룩진 베트남에서 탈출시켰다. 보트피플로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입국해서 엄마의 자랑이 됐던 아들은 그러나 4년 전부터 소식을 끊었다. 아들을 언젠가 보겠다는 희망으로 살던 가난한 엄마는 암 진단을 받고 또 심장병·관절염 등의 악화로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아들 얼굴을 보지 않고는 눈을 감을 수 없다”며 평생 처음 비행기를 탔다. 수중에는 아들의 옛 주소(샌타애나)와 사진 한 장, 그리고 빌려온 돈 600달러가 전부였다. 그녀의 혼신의 힘을 다한 아들 찾기는 드디어 기적을 일으켰다.‘바다 밑에 가라앉은 바늘 한 개 찾기보다도 어렵다“는 그녀의 미션은 4개월만에 샌호제의 거리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

16세때 혼자 보트피플로 미국으로 피신시킨 후
4년전까지 연락하다 끊겨 죽기전 얼굴보려 미 입국
거리거리 헤매 상봉했건만 정신이상 노숙자 전락


LA타임스는 19일 컬럼 원 기사로 지난 9월부터 남가주 일대 거리와 샤핑몰 등을 돌며 아들 투안을 찾아온 하이 누엔(57) 여인의‘아들 찾아 삼만리’의 눈물겨운 노정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녀가 발품·손품을 팔아서 겨우 찾아낸 아들은 담요 한 장이 재산의 전부인 홈리스였으며 게다가 더욱 절망적인 것은 엄마를 전혀 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모자 관계를 완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방문비자는 1월로 기한이 끝나고 정신이상인 그의 아들은 병원에 입원한 채다. 엄마의 희망대로 아들과 같이 베트남에 돌아갈 수 있을까는 아직 미지수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군인 남편을 잃고 세 자녀를 키우던 누엔 여인이 아들 투안과 이별한 것은 1986년. 희망도 없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베트남 탈출을 꿈꿨다.
그녀는 큰아들 투안만이라도 생지옥에서 탈출시키고 싶어 1년간 일한 돈을 모아 투안을 보트피플 일행에 합류시켰다. 다행히 투안이 탄 배는 상업용 어선에 구출되어 말레이시아로 갔다 미국에 입국했다. 미네소타, 덴버를 거쳐 남가주에 정착한 후 그는 엄마에게 계속적으로 편지를 보냈다. 시계수리를 배워 직업도 가졌다며 걱정 말라며 사진들도 보냈다.
2001년 그녀는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 아들은 엄마에게 500달러를 송금하며 곧 방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 편지였다. 4년을 참았지만 그녀는 죽기 전 아들 얼굴을 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장례비로 모은 돈과 두 자녀에게 빌린 돈 1,400달러로 미국행을 한 것이다.
영어 한마디 못하며 거리를 떠돌며 아들 사진을 내보이던 누엔 여인에게 웨스트민스터의 베트남 커뮤니티가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베트남 언론과 경찰의 도움으로 그녀는 샌호제의 한 레스토랑 부근에 홈리스로 사는 아들을 지난 19일 처음 만났다.
엄마의 눈은 한 치도 틀림없는 아들이지만 그는“비켜요 난 당신 아들이 아닙니다. 내 엄마는 베트남에서 병들어 죽어가고 있어요”라며 포옹조차 거부했다. 더 이상은 놓칠 수 없다는 엄마는 그를 붙잡고 늘어졌고 주변의 도움으로 그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누엔을‘아주머니’로 부르던 투안은 닷새가 지나면서 그녀가 20년간 듣기를 열망했던‘엄마’란 말을 처음 토해냈다.
경찰의 기록에 따르면 1995년 갱멤버로 알려진 그는 집털이 강도혐의로 체포됐고 10년형을 받았다. 5년 복역 후 가석방된 후에도 보호관찰형 위반혐의로 3번을 더 복역했고 지난 1월 석방됐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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