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탄의 선물

2006-12-16 (토)
크게 작게
정현
시인


계절의 변화가 좀 늦게 오는 북가주는 가을의 분위기가 다른 곳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 분위기는 마치 무엇인가를 축하하기 위하여 곳곳에 플래카드를 펼쳐놓은 느낌이기도 하다. 그리고 도로 변에 늘어서 있는 나무들은 붉게 단장을 하고 특별한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 같기도 하다. 더욱 떨어진 낙엽들은 그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이 거리 저 거리를 뛰어다니느라 무척 바쁜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여 전하려는 그들의 마음은 성탄의 의미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성탄의 의미는 겉으로 주고받는 선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그 함성을 들으면서 한 분이 경험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난다.
그 분은 해마다 가족들이 모여 선물을 주고받으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함께 보냈었다. 보통사람들과 똑같은 그런 시간들 말이다. 그런데 한 해는 엄청난 불경기로 인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나름대로 정성을 다하여 선물을 준비하고 포장을 하였다. 그리고 해마다 곱게 장식했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없었지만 트리가 있던 곳에 선물을 놓았다.
마침내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물 포장한 것을 열어 볼 시간이 되었다. 종이를 많이 구겨 넣은 커다란 박스에서 큰 아이가 선물을 꺼내었는데 그것은 카드였다. 그 아이는 카드를 읽어 내려가는데, 자기가 엄마와 아빠에게 준비한 귀한 선물은 아름다운 노래라고 하면서 피아노 앞에 가서 정말 애정이 어린 마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인 연주를 하였다. 이 시간을 위해 아이는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였을까.
엄마와 아빠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이어서 엄마와 아빠도 준비한 선물 박스를 풀었다. 역시 카드와 사진이었다. 그들은 함께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을 낭독하였다. 아이들로 인하여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얼마나 축복인지를 사진을 들어 보이며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아이들의 어릴 때의 모습을 그려 나갔다.
아이들로 인하여 엄마와 아빠가 받은 기쁨이 너무 커서 그 무엇으로고 갚을 길이 없어 평생을 아이들에게 빚을 지었노라고 말이다. 그날의 선물은 이런 식으로 이어졌고 서로를 포옹하며 눈물로 나누는 성탄 저녁이었다. 평생 기억되는 시간이었다.
물론, 형편이 허락하는데 이런 성탄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마음 나눔이야말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꼭 성탄 때라고만 하여서가 아니라 일년 내내 성탄 때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대한다면 천국은 꼭 죽어서만 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숨쉬고 있는 이 순간 자체가 바로 천국인 것을. 바로 나의 선택, 마음 하나에 달려 있음을……. 그리고 함께 있음 자체가 서로에게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믿는다. 겉으로 주고받는 선물로만이 아니라 의미에 충실하여 성탄이 지나고 나도 감동으로 기억되는 그런 성탄과 연말연시를 소원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