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한 테스트’

2006-1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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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습니다

언젠가 이런 금언을 들은 적이 있다: “만약에 네 친구가 너에게는 잘해 주지만, 시중을 드는 하녀에게 잘해 주지 않으면 그 친구는 선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이따금씩 떠올리곤 한다. 내 귀에 이 말이 진리처럼 들린다. 나에게 보여준 배려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나에게 보여준 그 배려는 가식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한국에서 교사를 한 적이 있다. 한번은 같은 학교 한국인 선생이 나를 다방으로 초대하였다. 그는 나를 정중하게 대하며 친절함을 보여주었다. 대화중에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초라한 차림의 여자아이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오렌지 세 개를 내밀며 우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백원, 백원” 하였다.
나의 친절한 그 친구는 한 동안 그 아이를 못 본 척하면서 나에게 정중한 영어로 말을 하더니, 갑자기 “안 사! 가!” 하고 크게 소리를 쳤다. 그러자 그 불쌍한 아이는 움츠리며 눈이 내리는 추운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졌다.
그 남자가 격분하던 그 일로 나는 두 가지를 배웠다. 첫째, 그 친구가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둘째, 교양 없는 한국말을 어떻게 한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말을 교과서식으로, “안 삽니다. 가십시오” 하는 대신 “안 사. 가” 라는 새로운 말을 배웠다.
지금도 나는 직장에서나 선교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나와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때,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주의 깊게 살핀다. 당연히 그 사람은 나에게 잘하여 준다. 나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 만난 그 사람이 다른 사람, 특히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를 본다.
지난 번 아프리카에 갔을 때 한 사람은 나의 이 ‘선한 사람 테스트’를 통과하였고, 다른 한사람은 통과하지 못하였다.
우리 일행은 미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르완다 폴 목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항으로 서둘러서 가는 중이었다. 최근 들어 르완다 경찰은 교통위반 단속을 실시하면서 과속차량에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하였다.
폴은 키갈리 공항을 향하여 속도를 내며 달렸다. 총을 멘 경찰이 우리 차를 멈추라고 신호를 하였다. 경찰이 무례하게 폴을 대하였기에 나는 경찰의 행동에 기분이 상하였다. 경찰이 폴에게 거칠게 소리를 질렀지만 폴은 언성을 높이지도 않고 정중하게 반응하였다. 그는 80 달러 티켓을 받았다. 그 돈은 아프리카에서는 상당히 큰돈이다.
그 상황에서 빠져 나와 차를 몰면서 폴은 깊은 한숨을 쉬고는 그 경찰에 대하여 험담을 하는 것을 삼갔다. 그의 정중함과 자제력을 보면서 그와 함께 동역하는 것에 대하여 한번 더 감사하였다.
미국에 돌아오기 며칠 전 나는 양복점에서 르완다 전통 옷을 맞추었다. 나를 안내하여 주던 똑똑하고 싹싹한 패티와 함께 양복점에 갔다. 재봉틀 뒤에서 일하던 열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나와서 나를 도와주었다.
나는 재킷을 입으려고 소매에 팔을 넣으려고 하는데 팔이 들어갈 구멍이 없었다. 실로 소매를 꿰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상황이 유머스러워 웃고 있는데, 패티는 그 여자아이에게 큰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냈다. 나는 그때까지 패티의 그런 면을 본 적이 없었다.
야단맞은 그 여자아이가 뒷방으로 들어가고 나이 든, 주인인 듯한 여자가 나왔다. 패티는 계속 주인에게 불평하였다. 나는 그 불쾌한 상황을 피해 빨리 걸어 나왔다. 패티는 나를 따라 나오면서 “염려하지 마세요. 재킷을 내일까지 고칠 거예요”하였다. 나는 나의 재킷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패티의 무례한 행동을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좋은 사람들을 보기를 원합니까? 그러면 그 사람이 당신이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 할 때 그를 관찰하라. 창문을 통해서, 아니면 뒤에서 그들을 몰래 살펴보라. 그들이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가를 보라. 특히 어린아이나 힘이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라.
당신 자신도 ‘선한 테스트’에 합격할 수 있는지 생각하여 보라.

<크리스 포오먼>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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