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은 외로운 투쟁

2006-11-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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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가득 기쁨이

이해인 지음


1964년 부산에 소재한 수녀원(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 1976년 종신서원을 한 후 오늘까지 부산에서 살고 계시는 이해인 수녀님의 최근의 글과 시를 담은 책이다.
저자와 그녀가 살고 있는 수녀원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10여년 동안 보낸 편지를 월별로 묶었다. 1월 하늘빛 희망을 가슴에 키우는 달, 2월 이웃의 복을 빌어주는 달, 3월 봄비를 기다리며 첫 러브레터를 쓰는 달, 4월 마음의 밭을 겸손하게 가꾸는 달, 5월 나무를 닮은 아이들과 가족들을 기억하는 달. 등 마치 인디언 달력처럼 만들어진 12달의 이름으로 수도원의 일상을 소개한다.
수도자인 저자의 글의 영성은 일상에 충실을 다하는 겸손과 감사와 사랑에서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그의 글들은 수도원 밖을 넘어 사회의 아픔과 슬픔, 불안과 절망, 분노와 미움을 녹이고 위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녀원에서의 잔잔한 생활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줌으로써, 우리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수녀원의 풍경으로 안내한다. 저자의 편지에서 만나는 수녀원은 기도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아울러 자신이 발견한 아름다운 시나 책 등을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위로가 필요한 슬픈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이 닿도록 고운 손으로 쓴 자신의 시도 들려주고 있다.
지금도 수녀님은 옥에 갇힌 장기수들과 편지를 나누고 계신다. 비단 철창에 갇힌 이들에게뿐 아니라 마음의 벽에 갇혀 사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편지를 쓰신다. 사랑하자고 감사하자고 그리고 함께 나누자고. 이렇게 묶어진 책을 통하여 수녀님께서 품으신 사랑의 크기가 얼마만한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읽다 보면 어느덧 소란스러움이 물려지고 침묵 속에 오롯이 앉아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내가 사랑하지 못했던 것을 사랑할 수 있는 힘, 내가 열지 못했던 문을 열 수 있는 용기로 마음이 충만해진다. 또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 사방에 널려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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