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안을 치유하는 법

2006-10-28 (토)
크게 작게

영국의 젊은 철학자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찬사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왔던 알랭 드 보통의 신작 에세이다. 알랭 드 보통의 글쓰기는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바라보는 ‘뜻밖의’ 시각을 제시해왔다.
저자는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 보다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거기서 비롯되는 끊임없는 불안의 이유를 해명하기 위하여 알랭 드 보통은 지난 2000년 간 철학과 문학, 회화의 대가들이 남긴 유산을 파고든다.
저자에 따르면 “서양문명 2000년의 장점은 이제 익숙하다. 무엇보다도 부, 식량, 과학 지식, 소비 물자, 신체적 안전, 기대 수명, 경제적 기회 등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물질적 발전이 곤혹스러운 현실 또한 수반한다. 이 현상이란 보통 시민에게 지위로 인한 불안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즉 자리, 성취, 수입을 놓고 걱정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실제적 궁핍은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고 이 책에서 지적한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돈과 권력이 우리가 원하는 사랑과 인정을 보장해주는가’ ‘많은 부를 소유한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던 성취의 모든 것인가 아니면 그 대체물일 뿐인가’ ‘현대 소비사회는 돈과 권력의 추구를 어떻게 부추기고 있는가’ ‘발전된 기술과 편리한 기기들은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가 혹은 우리의 불안을 사육하는가’를 묻는다.
불안은 현대인이 삶의 조건이다. 삶은 하나의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저자는 불안을 극복하는 해법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인간의 삶에서 ‘철학’, ‘예술’, ‘정치’, ‘종교’, 그리고 ‘보헤미아’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이 효능을 누릴 줄 안다면 불안을 치유하거나, 최소한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