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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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2

2006-10-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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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개별성과 고유성


오르한 파묵 지음



몇 해 전 부터 매년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다 올해 수상자가 된 터키 작가인 저자의 최신 장편소설이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의 접점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방과 동방의 문화가 교통하는 길목에 놓여 양방향에서 유입되는 문화들로부터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한 화두였다.
이 소설도 저자의 다른 작품처럼 동,서양의 문화 충돌과 그 극복과정을 아름다운 문체와 경이로울 정도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하여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던 오르한 파묵은 일찍부터 이슬람 화가들의 세밀화를 묘사하며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왔다. 그런 그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십 년에 걸친 준비 끝에 완성한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능가하는 이슬람 회화사의 생생한 기록이다.
이야기는 1591년, 눈 내리는 이스탄불의 외곽에 버려진 우물 속에서 시작된다. 우물 바닥에 죽어 누워 있는 시체 ‘엘레강스’는 어떻게 해서 자신이 나흘 전에 살해당해 우물 바닥에 던져졌는지를 이야기한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궁정화원 소속 금박 세공사인 엘레강스의 독백은 마치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에 돌멩이를 하나 던진 것처럼 파문을 일으키며 작품의 발단을 이룬다.
전통적인 화풍을 고수하는 것과 새로운 화풍을 받아들이는 것, 신성모독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사이의 격렬한 논쟁은 결국 세밀화가들의 희생을 불러오고 서양 화풍의 적극적인 도입을 지지했던 에니시테조차 살해당함으로써 이야기는 점점 더 피투성이로 변해 간다…
각 문화의 개별성과 고유성은 그 차체로 가치를 지니며 그 속에는 항상 소중히 간직되고 지켜지며 보호되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 동시에 세계의 문명은 언제나 새로운 것들과 충돌하면서 섞이고 변화하는 가운데 진보한다. 그러한 역사속의 ‘개인’들이 왜 투쟁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희생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지를 그려낸다. 이 책은 새롭고 독창적인 기법으로 독자들을 현기증이 날 만큼 매혹시키면서 삶을 보다 깊고 다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인도한다.

윤선옥/동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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