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북한의 이상한 케이스

2006-10-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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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습니다

영문학의 고전으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소설이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저자인 이 소설은 1886년에 출판되었다. 소설은 선하고 친절한 헨리 지킬 박사와 흉악한 에드워드 하이드 사이에서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조사하는 런던 변호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선한 사람과 흉악한 사람이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소설은 이중성격을 선명하게 그려놓은 작품으로 알려진 고전이다. 주류문화에서 ‘지킬과 하이드’라는 단어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이중성격의 이상야릇한 사람을 묘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킬과 하이드 비슷한 이상하고 야릇한 극단적인 행동이 현재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한과 북한, 한 핏줄인 단일민족이 어쩌면 이처럼 ‘지킬과 하이드’ 같은 성격을 가졌을까? 4,800만 남한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세계화된 국민이라고 한다면, 2,200만 북한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립되어 살고 있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묘한 사례가 가장 현저하게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난 날이 2006년 10월10일이다. 그 주 월요일, 유엔은 코피 아난 후임으로 남한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다음 유엔 사무총장으로 추천하였다. 세계적인 안목으로 볼 때 유엔 총장으로 오른 한국 시민인 미스터 반이 미국의 대통령인 미스터 부시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유엔 총장 출신국인 남한이 지킬 박사처럼 세계 무대에서 선과 자선을 베푸는 나라로 기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유엔은 남한의 반 장관을 축하하였던 같은 날, 북한이 실행한 흉악한 행동을 책망하였다. 국제 불량아로 찍힌 김정일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행하였다는 뉴스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 뉴스를 전하는 북한 아나운서는 온 세상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북한 과학자들의 위대한 업적을 경외하며 축하한다고 보도하였다. 사실은 이와 정반대이다. 세계 지도자들은 북쪽에서 있었던 핵 폭탄 테스트를 미친 짓이라며 비난하였다. 북한이 진짜 미스터 하이드로 증명되었다. 난폭한 성격, 폭행,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무자비하게 대하는 국가로 알려진 북한이다.
국제 무대에서 보여주는 남한과 북한의 상반된 행동, 어찌 한 핏줄 한민족의 이러한 상반된 행동이 가능할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저자가 우리들에게 부분적인 해답을 주었는지 모른다.
스티븐슨은 우리 모든 인간은 정신과 영혼으로 선한 자아와 악한 자아를 함께 소유한다고 제기한다. 성경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스티븐슨이 로마서 성경구절을 소재로 하여 소설을 썼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은 “나는 내가 하겠다는 선은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있는 죄입니다”라고 고백한다.(로마서 7:19-20)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소설은 행복하게 끝나지 않는다. 단일체가 두 개로 분열된 후에, 선한 반쪽과 악한 반쪽은 점점 더 멀어진다. 두 개의 반쪽을 다시 통합하여 단일체로 만들려고 시도하였을 때, 나쁜 반쪽(하이드)이 선한 반쪽(지킬 박사)을 삼켜버린다. 나쁜 반쪽은 경찰에 항복하기보다는 자살을 택한다.
‘남한과 북한의 이상한 케이스’가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종말과 다른, 좀더 좋은 종말을 가져오기를 기도한다.

크리스 포오먼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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