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산 ‘깊고 우아한 맛’

2006-10-11 (수)
크게 작게
토양·기후 포도 재배에 적합… 생산량 미국서 두번째
400여개 와이너리 20여종 재배 멀로·리즐링 뛰어나

지난 주 라브레아와 9가에 있는 중식당 ‘오감도’에서 열댓명이 회식할 기회가 있었다. 중식당이라고는 하지만 분위기가 좀 독특한 곳이고,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서는 드물게 와인 리스트를 갖추고 있는 곳이라 일행은 와인을 한잔씩 하자고들 했다.
주문한 음식들이 모두 기름지고 양념이 강한 중국요리들이라 사실 와인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나는 가볍고 산뜻한 백포도주 리즐링을 오더했다. 알콜도수가 낮고 상큼하여 여러사람이 가볍게 한잔씩 하기에는 가장 무난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 다들 맛있다고, 이게 어떤 와인이냐고, 이름을 묻고 레이블을 돌려보며 나의 선택에 경의를 표했다.
이날 오더한 와인은 워싱턴주 야키마 밸리에 있는 코레이 런(Covey Run) 와이너리의 드라이 리즐링(2004 Dry Riesling). 식당에서 35달러이니 소매가로는 대략 10~15달러 정도가 될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은 워싱턴에서도 와인이 나오느냐고 신기해하였지만 워싱턴주는 와인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고 그 품질이 나파 밸리에 견줄만큼 우수하다.
워싱턴주에서 질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당연히 포도재배에 좋은 토양과 기후 때문. 이곳은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방과 같은 위도 상에 위치해 있으며 화산에서 적출된 비옥한 토양과 여름이 긴 기후를 두루 갖춘 매우 이상적인 포도경작지역이다. 토양과 지역 특성에 따라 구분된 재배지역(Appellation)이 9개 있는데 예를 들어 왈라왈라(Walla Walla) 밸리, 컬럼비아(Columbia) 밸리, 야키마(Yakima) 밸리 같은 곳은 우리가 와인 레이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명경작지들이다.
와이너리 숫자만 해도 400여개를 헤아리는 워싱턴주는 포도재배의 역사가 상당히 길다. 포트 밴쿠버 지역에 처음 포도나무가 심어진 것이 1825년, 1910년 무렵에는 주 전체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주로 포도나무를 재배해 1910년에 제1회 컬럼비아 리버 밸리 그레이프 카니벌이 열렸다. 그 무렵 주요 와이너리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1938년에는 주 전체에 42개로 늘어났으며, 상업적으로 대규모 와인 생산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다.
워싱턴주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레드가 47%, 화이트 53%이며 고르게 품질이 좋다. 그 중에서도 특히 멀로가 맛있고 화이트 와인으로는 리즐링이 우수하다. 재배되는 적포도 품종은 멀로, 카버네 소비뇽, 시라, 카버네 프랑, 산지오베제 등이고 청포도 품종은 샤도네, 리즐링, 소비뇽 블랑, 세미용, 비오니에, 게부르츠트라미너 등 20여종.
유명 와이너리들은 컬럼비아(Columbia), 컬럼비아 크레스트(Columbia Crest), 샤토 생트 미셸(Chateau Ste. Michelle), 앤드류 윌(Andrew Will), 호그(Hogue), 콜 솔레어(Col Solare), 레콜(L’Ecole No. 41), 레오네티 셀라(Leonetti Cellar) 등이다.

<정숙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