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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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들’(The Departed)★★★½(5개 만점)

2006-10-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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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식 폭력 남발

야수적 터치를 지닌 현대판 갱스터 영화의 장인 마틴 스코르세지가 오래간만에 만든 갱스터 영화로 재미있고 강력하기는 한데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사람 잡기를 파리 잡는 식으로 처리해 거부감이 간다. 스코르세지의 피가 튀는 폭력성은 방만하기 짝이 없는데 그래서 영화가 비천할 정도로 야해 보인다.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미국판 막가파식 영화다. 왜 스코르세지가 명장이면서 아직까지 오스카상을 못 탔는지 알 만하다. 스코르세지는 자신의 폭력성을 에너지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전체를 통해 죽어 넘어지는 사람의 수를 다 세기가 힘들다. 이 영화는 홍콩영화 ‘무간도’(Infernal Affairs)의 미국판. 홍콩 영화의 날렵함과 멋있는 스타일에 비하면 미국판은 해머로 사람 내려치듯 무겁고 사납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보스턴 남부를 말아먹는 갱보스는 팻시 클라인의 노래 ‘스윗 드림즈’를 좋아하는 잔인하면서도 냉소와 유머를 함께 지닌 프랭크 카스텔로(잭 니콜슨). 그는 소년시절부터 자기가 돌봐온 칼린 설리반(맷 데이몬)을 매서추세츠 주 경찰학교에 입교시킨다. 칼린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강력반 형사가 된다. 그는 모범형사 노릇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찰 내 정보를 계속 프랭크에게 전달한다. 칼린의 상관은 형사반장 퀴난(마틴 쉰)과 그의 오른 팔로 입건 사전트 디그냄(마크 왈버그). 칼린은 이 두 사람의 밑에서 일하며 온갖 정보를 빼낸다.
프랭크를 잡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 퀴난과 디그냄은 경찰학교를 막 졸업한 빌리 카스터갠(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을 뽑아 프랭크 무리에 침투할 것을 제의한다. 세상에 잃을 것이라곤 없는 빌리는 갱 단원이 되기 위해 일단 먼저 범죄자로 영창에 들어간다. 갱스터가 된 빌리는 프랭크와 프랭크의 오른 팔인 미스터 프렌치(레이 윈스턴)의 가혹하고 빈틈없는 심문과 감시를 견뎌내면서 점점 이들의 신임을 산다.
같은 경찰학교 졸업생인 칼린과 빌리는 서로의 신원을 모른 채 자기가 속한 곳의 정보를 빼내는데 이 과정에서 아슬아슬한 고비를 수 차례 넘긴다. 둘 중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빌리. 이 두 남자 사이에 끼여드는 여자가 경찰과 범죄자 모두를 상담하는 심리과의 매돌린(베라 파미 가). 매돌린은 두 남자의 대결의 교차점 구실을 한다.
박력과 힘과 긴장감을 지닌 추진력 있게 밀고 가는 영화로 인물들의 심리와 성격 묘사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2시간반 동안 나오는 인물들을 몽땅 황천으로 보내면서 폭력을 주정꾼 노변 방뇨하듯 내뿌려 재미있다가도 뒷 기분이 영 찌뿌둥하다. 연기들은 모두 뛰어나다. 단 상거지 꼴의 니콜슨의 자기 풍자식의 연기는 식상하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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