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시안 이겨라’

2006-09-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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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몇년전에 ‘피부색 선’이 미국 프로 스포츠계에서 깨어졌다. 1947년 야구 메이저리그가 재키 로빈슨을 투입한 것이 미국 민권운동의 가장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야구팀을 선두로 미식축구팀 그리고 농구팀들이 흑인 선수들을 같은 팀에 합류시키기 시작하였다.
스포츠에서 운동선수들을 인종별로 분리시켰던 때가 미국 역사상에 있었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믿어지지 않는다. 인종별로 구분되어 우리 눈앞에서 경쟁하는 광경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더 믿기 힘들다.
텔리비전 프로그램 ‘서바이버’ 13번째 시리즈에서 우리는 이 광경을 보고 있다. 섬에 상륙하면서 부족이 구성되어졌던 이전의 시리즈와 달리 이번 시리즈에서는 난파당한 20명의 운명이 인종이라는 선으로 그어져서 부족들로 구성된다.
‘서바이버’ 시리즈는 한 팀에 다섯명 멤버로 구성되어 네 팀으로 나뉘어진다. 올해 시리즈는 흑인, 백인, 아시안, 그리고 히스패닉 팀으로 구분되었다. 부족 이름을 인종 그대로 부르기보다는 흑인팀을 ‘히키’ 백인을 ‘라로’ 아시안을 ‘푸카’ 히스패닉을 ‘아이투’라 부른다.
근래에 들어 나는 거의 텔리비전을 보지 않아 TV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서바이버’ 프로그램 뉴스는 나의 관심을 끌었다. 나의 첫 반응은 “이것은 옳지 않아”라는 거부감이었다. 그 다음 반응은 “이 실험이 어떻게 끝을 맺을까” 하는 호기심이었고 그래서 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바보 같은 쇼에서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첫 에피소드에서 부족으로 구분된 팀들은 배를 만들고, 노를 저어 불을 찾은 후 섬으로 돌아와서 퍼즐을 함께 맞추고, 산봉우리에 어느 부족이 먼저 올라가서 봉화를 하느냐에 따라 이기는 팀이 결정된다. 처음에는 라티노들이 앞장을 섰지만 아시안들이 뒤쫓아와서 봉화를 먼저 하였다. 라티노들이 두 번째, 백인이 세 번째, 그리고 흑인이 마지막이었다.
이기고 있는 아시안 부족은 문화적으로 다른 부족보다 다양하게 보인다. 한국 사람, 필리핀 남녀, 베트남 사람, 일본사람으로 구성되었고, 두 명의 법대 졸업생들이 있는 아시안 팀이 지식수준도 다른 팀에 비하면 제일 높다.
인종별로 구분된 이번 ‘서바이버’ 텔리비전 에피소드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나는 이러한 발상이 프로 스포츠에 다시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1946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인종별로 나뉘어져 하는 게임을 보라. 하키는 백인 팀이 이길 것이다. 농구는 흑인 팀이 이길 것이다. 축구는 흑인 팀과 백인 팀 중에서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 없어 흥미롭다.
야구경기가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네 종족이 모두 다 이길 가능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훌륭한 흑인야구 선수들이 있고 우수한 백인야구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 야구 선수들이 팀을 만들면 훌륭한 팀이 된다. 일본이 국제 야구 챔피언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으니,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협력하여 한 팀을 만들면 훌륭한 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야구는 어느 종족이 이길 것인가를 아무도 추측할 수 없기에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라고 하겠다.
종족간의 스포츠 경쟁에서 혼혈 선수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흑인팀을 대표할까 아니면 아시안 팀을 대표하여 경기를 할까? 수퍼 보울의 훌륭한 선수인 하인즈 워드는 어떻게 할까?
어느 스포츠 팀이 이길까 하는 가상적인 질문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 허나 이와 같은 TV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인종으로 팀을 구별한다는 것이 얼마나 역겹고 위험한 것인가 하는 사실이다. 이번 ‘서바이버’를 보면서 나는 마치 기차가 충돌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크리스 포오먼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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