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속의 오리 - 석보화스님 간화선 법문

2006-09-2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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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 출신의 캐빈은 달마대사를 닮은 과묵한 수행자다. 별빛 고요한 어느 가을 밤, 돛에 가득 순풍을 싣고 채서픽 만(灣)을 미끌어지듯 나아가는 보트 위에서 그에게 ‘병속의 오리’라는 화두를 들려주었다. “어떤 사람이 목이 가느다란 호리병 속에 오리 새끼 한 마리를 넣고 키웠지요. 오리는 점점 자라 병속을 꽉 채워 마침내 죽게 되었다오. 자, 어떻게 해야 병도 깨지 않고 오리도 살려낼 수 있을까요?” 그는 배가 애너폴리스 접안에 닿을 무렵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차라리 병을 깨뜨리고 말겠습니다.” 하는 그에게, “당신은 생명을 사랑하는 자비로운 사람이군요. 그러나 좀 더 명상해 봅시다...”

그렇다. 이 우주라는 호리병 속에 문득 태어나 음식과 지식을 먹으며 웃고 울다가 결국 그 속에서 쓸쓸히 마지막을 맞이하고 마는 한 마리의 고독한 오리는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병 속의 오리를 구해낼 수 있을까? 누군가 산승에게 물어온다면, “외마디 차가운 기러기 울음소리 먼 하늘 끝까지 뻗치었다(일성한안여장천)”고 하리니 함께 탁마해 보자. “현자는 지속적으로 마음을 집중하여 내적 고요함과 평화를 성취하나니 니르바나는 모든 얽매임에서 벗어난 경지, 위없는 참된 기쁨이며 행복이다.”<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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