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어기고 부인거주 집에 침입·폭행
집 소유권 남편에 있어도 범죄목적땐 불법

가정폭력이 여전히 난무하고 많은 무고한 여성들이 배우자나 애인, 또는 동거인의 폭력에 의해 사망하고 있고, 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는 현실이 한인 사회에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지난 9월8일 캘리포니아주 항소 법원에서 가정폭력을 둘러싼 가해자의 본인 가택 출입권에 관한 판례가 나와 소개하고자 한다.

스미스 사건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 2000년에 일어난 배우자 폭행사건(가주 형법 273.5)으로 2004년 34년∼종신형을 언도받은 후 항소하여 2년 후에 판결이 나왔다. 사건의 개요를 보면 2000년 10월2일 자고있는 부인을 깨워 주먹으로 폭행한 뒤 부엌으로 끌고 가 부엌에서 부인이 동성연애를 한 흔적이 있다고 몰아세우며 폭행을 한 후 경찰을 부르면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하였다. 부인은 다음날 경찰에 가서 고발을 하였고 스미스는 체포된 후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었다. 그 후 스미스의 부인은 가정법원을 통해 임시 접근금지 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을 받고 또 집에 대한 단독소유를 인정해 주었다. 10월6일 스미스는 자기 부인이 동성연애자라고 비관하며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정신병원 신세를 3일 정도 진 후 퇴원하였다. 그리고 나흘 뒤인 10월10일 날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살던 집의 유리창을 파손, 집에 침입하여 무자비하게 부인을 폭행한 후 차고에 있는 차에 부인을 강제로 태워 차고 문을 부수고 후진하여 도로로 나간 후에 차에서 부인을 문을 열고 밀어낸 후 스미스는 그녀의 머리 및 신체에 심한 폭행을 가하며 부엌칼까지 동원하여 위협을 하던 중 부인은 의식을 잃고 스미스는 도주하다 사고를 내고 체포된 후 살인 미수 및 배우자 폭행, 납치, 불법 감금, 협박, 주거침입 등 7가지로 기소되어 모두 유죄 평결을 받게 된다.

항소쟁점
여러 가지 쟁점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 졌던 주거침입(Burglary)에 대한 문제만 다루어 보기로 한다. 여기서 먼저 Burglary라는 용어의 정의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편의상 주거침입 또는 주택절도 라는 표현을 쓰지만 사실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 표현이 없다.
Burglary의 고전적 영미법상 정의는 밤중에 사람이 사는 주택에 중범죄를 저지를 의도를 가지고 침입하는 행위라고 되어있는데 요즈음은 형법으로 성문화시켜 가주의 경우 밤·낮에 관계없이 절도 또는 중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건물에 침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사건의 경우 스미스는 접근하지 말라는 판사의 명령을 어기고 자기 집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부인을 심하게 폭행하고 납치했으므로 당연히 Burglary 죄에 해당된다. 그러나 여기서 쟁점이 되는 사안은 부부가 결혼하여 공동으로 구매한 집이고 또 가주는 부부 공동재산(Community property)을 인정하는 주인데도 불구하고 소유권이 있는 자기 집에 침입하는 행위가 과연 법적으로 Burglary에 해당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점에 대해 가주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Burglary 성립에 필요한 두 가지 요소를 설명해 놓았다. 먼저 침입 자체가 소유권의 침해인가, 그리고 침입자가 건물 안에 들어올 권리가 없는 자인가 하는 점이다. 집주인이 소유권을 가진 집에 침입하는 행위는 소유권 침해 행위가 당연히 아니므로 스미스는 Burglary 죄가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 변호인측의 주장이었는데 항소 법원의 해석은 달랐다. 건물주가 임대해준 아파트의 소유권은 건물주에게 있지만 무단으로 입주자의 아파트에 범죄의 목적으로 침입하면 Burglary에 해당된다며 스미스는 법원에서 주택 소유에 대한 박탈을 받았으므로 소유권은 인정되지만 들어갈 권리는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동의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 쟁점이 대법원으로 상고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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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 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