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선택

2006-09-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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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지역 고등학교 1학년 영어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 때문에 죽음을 택하는 장면을 열심히 설명하는 선생에게 한 한인학생이 “How Stupid”이라 했다 한다. 교실은 금방 폭소로 가득 차고 그 학생은 그 일로 벌을 섰다 한다.
왜 폭소가 터졌을까? 그것은 아이들 눈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선택이 바보 짓 같이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학자의 말을 빌리면, 자기가 생각하는 여러가지 조건을 갖춘 상대를 만날 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라 한다.
하여간 얼짱, 몸짱, 멀짱인 미주한인 젊은이들이 결혼적령기가 되었어도 짝을 찾지 못하고 또는 않고 있으니 걱정이다. 그들의 변명을 들으면 “일에 밀려서”“취미생활을 즐기려고”“귀찮아서”“마음에 드는 사람을 못 만나서”등 이다.
현실 감각이 투철하고 이해타산이 빠른 그들이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남 눈에 비치는 ‘자기의 값’이 떨어져 감을 모를 리 없다. 그러면서도 미국생활이란 숲속에서 산을 보지 못하는 타성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들 젊은이의 입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애로 사항이 있다. 그들은 부모 형제자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자기능력의 한계를 보이는 것 같아 싫고, 인터넷 데이트 웹사이트 이용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싫다한다.
더 근본적 문제는 첫째, 소수민족인 탓에 아는 사람의 범위가 좁다는 것이다. 얼짱, 몸짱, 멀짱을 겸하고 보면 맞는 상대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한인이 많다는 LA가 그러한데 다른 미주지역은 한인 짝을 찾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둘째는 개척자 정신이 투철한 이민 1세 부모들의 영향 탓이다. 우리 자녀들은 알게 모르게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 적당히 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속 계산이 많다 보니, 짝을 찾는 것이 어려워지는 지도 모른다.
부모 형제자매 또는 친구로서 이들을 도울 길은 없을까. 부모가 너무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면 이들도 부모 형제자매의 도움을 반대하지 않는다.
인생의 목표가 행복에 있고 보면 결혼으로 맺어지는 사랑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랑은 한사람만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선택이 두 사람 것이고 보면 삶의 목적도 두 사람 것이다. 그런데 많은 젊은이들은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행복이 두 사람의 선택으로 이루어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한 사람의 선택을 놓치면, 그 사람과의 기회와 시간은 다시 오지 못할 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사랑의 선택이란 두 사람이 같이 오랜 기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선택이다. 그래서 서로의 건강과 생김새, 성격과 능력 등을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선택은 그 만큼의 값을 치르게 된다. 사랑의 결실이 어떻게 그냥 오겠는가. 자기 주장을 버리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이 가족의 뿌리를 내리는 길이다. 사랑의 선택에는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권대원 KAFT.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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