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싱에 사는 크리스 김(40)씨는 요즘 딸아이와의 대화가 두렵다. 이제 갓 15세가 된 딸이 쓰는 한국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기 때문. 딸아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못할까하는 걱정과는 달리 한국말은 잘 하지만, TV나 컴퓨터 채팅 등을 통해 배운 이상한 한국어를 즐겨 쓰고 있는 것. 롱아일랜드의 김진규(42)씨 역시 중학생 아들(14)이 한국에서 갓 이민 온 아이와 친해지고 나서 ‘샤방(환하게 미소짓다)’, ‘열공(열심히 공부한다)’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쓰기 시작해 당황하고 있다. 아이에게 표준어를 쓰도록 하고 있지만 한국말이 점점 이상해질 뿐이다.
최근 ‘한류의 바람’이 불면서 한인 1.5세, 2세 10대들 가운데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외계어’를 구사하는 한인 청소년들이 늘어나, 올바른 한국말 지도가 필요한 실정이다.
외계어는 한국 내 초·중·고등학생들이 애용하는 신조어로써 단어함축과 변형, 인터넷 통신언어 등 신원불명의 언어를 통칭한다.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외계어로는 ‘즐’(‘즐겁게’ 나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거나 듣기 싫다’는 뜻), ‘헐’(어이없을 때 쓰는 감탄사), ‘까셈’(닥치세요), ‘OTL’(엎드려 있는 사람을 이미지화해 좌절을 표현), ‘십빠빠 울랄’(진짜 못생겼다) 등이 있다. 이들 언어는 기존에는 인터넷을 통해 사용됐지만 십대들이 대중적으로 사용하면서 TV 연예 프로그램, 또는 드라마 속에서도 사용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인 청소년들은 한국어 기본기가 없어 한국 TV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또래친구들로부터 외계어를 표준어로 잘못 알고 배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 같은 외계어 사용은 부모와 자식사이가 같은 한국어지만 신세대 언어와 기성세대의 언어차이로 더 벌어져 세대 간의 단절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미 한인학교 동북부지역 협의회 김태진 부회장은 “한인 청소년들은 정식적인 경로를 통해서 한국어를 배우기보다는 주위에서 배우는 경우가 높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뉴욕에서도 한류여파로 연예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외계어 사용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른들부터 표준어를 사용하고 잘못된 표현을 쓰면 바로 시정해주는 것이 중요한다. 또 한글학교를 통해 표준어로 배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홍재호 기자> A2
한국·한인 10대들이 사용하는 신조어와 통신어
▲지대-제대로, 짱(‘요즘 00가 지대야’는 ‘요즘 00이 최고야’라는 뜻)
▲지름신- 충동구매를 불러 일으키는 가상의 신
▲불펌- 주인의 허락없이 인터넷 게시물을 배포하는 행위
▲도촬-도둑 촬영
▲귀차니스트- 귀차니즘의 파생어. 귀차니즘은 귀찮고 하기 싫은 사상을 말하고 이런 사상을
실천하는 사람을 귀차니스트라고 함.
▲냉무- 내용없음
▲오나전- 완전
▲음야- 지루하고 졸림
▲오링나다- 다쓰다, 떨어지다
▲바보셈- 바보야
▲ㅉㅉ- 짝짝(박수)또는 쯧쯧(혀차는 소리-안됐다는 듯 비아냥 거리는 것)
▲ㄴㄱ- 누구야?
▲찌질이- 한심한 네티즌 또는 사람
▲피방 또는 물고기방- PC방(PC방을 줄여 P방, PC발음이 Fish와 비슷하다 하여 물고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