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사모 신앙수필/“왜 몰랐을까요”

2006-09-01 (금) 12:00:00
크게 작게
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왜 몰랐을까요? 부모님도 사람이라는 것을. 정말 언제부터인가 고향이 객지로 변해 버렸습니다. 객지를 고향 삼아 사는 자식들은 부모님을 객지에 두고도 바쁘다는 이유로 무심합니다. 때론 아버지보다 강해져야만 하고. 자식을 위해선 그깐 자존심은 물거품처럼 하찮이 여기던 그녀의 이름은 나의 어머니셨습니다. 어머니가 날 낳던 나이보다, 내 나이 더 늙어 가도 철부지 자식은 어머니 앞에서 오늘도 어리광을 부립니다.

부모님은 자식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같이 좋아하고, 자식이 웃으면 같이 따라 웃습니다. 슬퍼하면 더 슬프고, 아파하면 가슴이 무너지도록 아파합니다. 자식을 위해서는 자신의 아픔도, 고통도 다 내려놓고 기꺼이 거름이 되려고 희생하셨습니다. 그러게 값없는 사랑으로 우리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던 아버지! 어머니! 내 기억속의 부모님은 건강하고 능력 있는 자신감이 넘치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런데 삶은 짧고 시간은 빨리 지나가 이제 자식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외로운 노인이 되었다는 것을 철없는 딸은 잊고 있었습니다.


왜 몰랐었을까요? 내 부모님도 병들고 늙어 간다는 것을.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을. 아, 자꾸만 작아지시는 아버지, 어머니. 어머니의 어깨가 한없이 작다고 느껴지는 순간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옵니다. “심한 통증을 호소한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보니 골다공증으로 무너져 내린 척추 뼈 3개가 신경을 누르고 있어 통증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수술을 앞둔 엄마를 홀로 돌보는 한국에 계신 연로한 아버지의 울먹이는 음성을 들으며 순간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왜 그랬어요? 그런 일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보다도 먼저 저에게 상의를 하셔야지요” “너희들이 좀 힘들고 바쁘게 사냐, 너희들 걱정할까 봐...” “그러셨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연신 중얼거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는 괜찮다. 살만큼 산 노인인데 죽으면 천국이
지만, 할 일 많은 너희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너희들 위해 새벽마다 기도한다. 네 남편 목회 잘하도록 잘 내조하고 성도들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사모가 되라. 그리고 네 엄마를 위해 기도해 다오...” 변변하게 효도 한 번 해본 적 없는 자식은 부모님의 배려가 눈물겹기만 합니다.

왜 몰랐을까요? 멀리 계셔도 늙은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뜨거운지. 늙고 힘없는 부모님의 무모하고 엄청난 사랑이 때론 슬프게 합니다. 한참을 엎드려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식이 무엇인지 자식 때문에 희생하신 부모님의 수고와 땀과 피와 눈물을 헤아려 봅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조바심으로 새까맣게 타 버렸을 부모님의 가슴 속을 들여다봅니다. 왜 몰랐을까요? 부모님은 눈으로만 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운다는 것을. 자식이 염려할까 속으로는 울면서도 겉으로는 웃어 주는 그런 분이 부모님입니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떠나 버린 막내아들을 가슴에 묻고 몇날 며칠을 울고 또 울며 기도하시던 아버지, 어머니의 절규를 생각하니 명치 언저리가 아파 옵니다. 그런 부모님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백발이 되어 버렸습니다. 육체가 쇠잔하여 병으로 고통당하는 것이 늙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든 주님이 허락하시는 고통이든지 아프고 슬프기만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 그리고 존경합니다. 힘내세요. 저희들이 있잖아요. 눈물이 보일까봐, 눈물이 흐를까봐, 사람의 얼굴을 마주 할 수 없어 시선을 피해 자꾸만 벽을 바라보고, 창문 밖을 쳐다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탕자와 같은 나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변함없이 부어주
시는 그 사랑이 있기에 위로가 됩니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바위를 뚫듯 부모님의 사랑이 그렇게 힘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믿음이 내겐 축복의 통로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내게 은혜의 통로임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달은 어리석음을, 누군가는 되풀이 하지 않기를, 나중에 가슴 찧고 후회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