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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리즈/ 1세 한인교사들의 위기 진단 (2) 원인과 배경

2006-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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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교사경력에도 불구하고 1세 한인교사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이유는 한인 이민자 학생 유입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이외 최근 불어 닥친 교육계 안팎의 다양한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변화가 한인 1세 교사들만 타깃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다만 한인 이민자 학생이 줄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영어구사력의 한계까지 짊어진 소수계로서는 미국인 교사보다 훨씬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블룸버그 행정부 집권 이후 대거 양성된 젊은 교육행정직 공무원들과 나이든 경력교사와의 갈등심화도 원인 제공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젊은 교장·교감의 세대교체가 활발해지고 30대, 심지어는 20대 연령의 교장·교감이 부쩍 늘어나면서 나이든 경력교사를 젊은 교사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종신직 교사라도 더 이상 평생직장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한인 1세들은 일반 미국인 교사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교사생활을 시작한 탓에 현재 근무하는 각 지역 학교에서 최고령에 속한다는 점도 불리함을 가중시킨다. 한 한인교사는 부족한 교육예산 때문에 경력교사의 은퇴연금을 줄이려는 정치적 배경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20년 근무 전후를 기준으로 은퇴연금 산출비율(%)이 달라져 개인에 따라 월 수백에서 수천달러, 연간단위로 환산하면 만 단위 이상의 소득격차를 가져와 노후생활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대해 어떤 한인교사는 교장이 시 정부의 재정을 직접적으로 걱정해야 할 입장도 아니므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주장은 다분히 과장된 것이라는 반대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고소득의 경력교사 한 명이 교직을 떠나면 신참교사 2명을 채용할 수 있게 된다. 시 교육청이 대외적으로는 교사부족난을 해결하겠다며 타주와 해외 영어권 국가에서 교사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보이지 않게 교육계의 젊은 피 수혈로 세대교체를 부추기는 모순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또 다른 한 한인 1세 교사는 “소수계이자 이민 1세대 출신의 교사에게 학교가 영어 구사력을 문제 삼으면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어 부당함을 지적하거나 큰 소리를 낼 수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한때 ESL 수강생을 늘리려고 이민자 학생들의 영어실력 측정평가 난이도를 높였던 교육당국이 난이도를 낮춰 일반학급 배정을 늘리는 것도 모자라, 내년 1월부터는 이민자 학생들도 뉴욕주 ESL 성취도 시험(NYSESLAT) 대신 미국인 학생과 동일한 일반 영어시험을 치르도록 할 예정이어서 소수계 경력교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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