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리카의 미래는 학생들

2006-08-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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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 동안 단기선교로 아프리카에 갈 적마다 르완다에 있는 부타래라는 도시를 방문하였다. 2005년에 우리 부부는 그 곳에 선교센터를 세워 장기적인 사역을 계획하며 활동하고 있다. 어떤 사역을 하여야 할까 하며 몇 년을 기다렸다 내린 결정이다.
가난과 기근, 에이즈 그리고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은 필요한 것이 너무도 많다. 선교를 마친 후 미국에 돌아와서 아프리카 상황을 설명할 적마다 나에게 떠오르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밑 빠진 항아리이다. 이 항아리에 아무리 많은 돈을 부어도 항아리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밑 빠진 아프리칸 항아리의 특성이 최근에 있었던 두 명의 ‘빌’의 방문중에 돋보였다. 빌 클린턴과 빌 게이츠가 함께 합세하여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하여 수십억달러로 돕는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 돈이 아프리카의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물론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해답이 다른 곳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아프리카의 문제의 해답은 깨끗한 정부이다: 뇌물과 부패가 없는 정부, 법을 지키고, 자국민의 복지를 위하여 일하는 정부이다. 현재 아프리카 지도자들 중에 부패 없는 정부를 이끄는 지도자가 몇 명이나 될까.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들이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길은 아프리카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현재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아프리카 르완다에 대학생 선교센터를 세웠다. 학생들의 마음속에 크리스천의 세계관을 심어주는 취지로 대학생 중심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 현재 200여명의 르완다 국립대학 학생들이 크리스천 펠로십 하우스에서 성경공부도 하고, 지역사회를 위하여 봉사활동과 계몽운동을 하고 있다.
몇 년전 아프리카 대학생 선교에 대한 나의 비전을 아내에게 말하였을 때, 아내는 자기의 대학시절 봉사활동 이야기를 하였다. 여름방학 때 서울에 있는 대학생들이 시골 마을로 가서 농촌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기억,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나누어주었던 추억을 들려주면서 “아프리카 대학생들이 봉사운동을 하는 일을 시작합시다” 하며 기뻐하였다.
크리스천 대학생들을 격려하여 그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며 복음을 실천하는 기회를 주는 목적으로 시작된 단체가 크리스천 펠로십 하우스이다.
며칠 전 신문에서 최근에 별세한 강원용 목사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던 아내는 그분의 강의를 대학생 때 들었다며, 그분이 설립한 크리스천 아카데미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여 주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아내의 마음이 대학생 시절 강 목사와 같은 분들의 영향을 받아 싹튼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민캠프에서 아이들에게 연필을 나누어주는 아내의 모습 속에서 그녀의 대학생 시절 봉사활동이 지금 여기까지 연결되어지는 것을 본다. 르완다 사회에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피그미족에게 염소를 주며 부녀자들을 위로하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대학생 시절에 심어진 씨앗의 열매를 본다. 지금 크리스천 펠로십 하우스에서 훈련받고 있는 아프리카 대학생들의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만약 강 목사님이 살아 계신다면 나는 그의 사역이 지금 한국에서 잊혀졌을지 모르지만 현재 아프리카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여 주고 싶다. 부타래에 있는 크리스천 펠로십 하우스가 강 목사님이 서울에서 시작한 크리스천 아카데미 하우스의 손자쯤 될 것이라고 그분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 계신 그곳에서 아마 그분은 이미 알고 계실지 모른다.

크리스 포오먼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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