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뿌리깊은 나무

2006-08-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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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깊이와 소설적 재미

‘천년 후에’ ‘해바라기’ ‘마지막 소풍’ 등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저자가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로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 7일 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역사추리소설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 한글의 신비로움과 역동적 개혁 군주 세종을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한 후 10 년 넘게 100여 점의 관련 서적과 논문 등 자료를 수집하고 30번 이상 고쳐 쓴 끝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밝힌다.
1448년 가을, 젊은 집현전 학사 장성수의 시체가 남긴 수수께끼의 그림과 몸에 새겨진 문신, 그리고 숱한 선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저주받은 금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이 이어진다. 주상의 침전에 출몰하는 귀신의 정체, 저주받은 책들의 공동묘지,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살인자의 정체는 종잡을 수 없어진다.
사건을 맡은 궁궐 수비군 강채윤은 살인자의 정체를 쫓아 궐 안의 미로를 헤매다 거대한 시대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새로운 격물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젊은 학사들과 이를 막으려는 정통경학파의 거대한 음모, 그리고 경복궁 구석구석의 전각들에 숨겨진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세종은 반대파의 공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시대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는 인간적인 군왕으로 그렸고 은밀한 비밀결사인 작약시계의 계원인 집현전 학사 성삼문, 이순지, 박팽년, 강희안 등도 개성이 독특한 인물형으로 거듭난다. 흠잡을 데 없이 치밀한 복선, 끊임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놀랍도록 다양한 지식들, 허탈할 정도로 예상을 배반하는 반전, 눈앞에 펼쳐질 듯 생생하게 재현된 600년전 경복궁과 육조거리 등 우리 역사의 깊이와 소설적 재미를 동시에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이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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