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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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2006-08-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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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빚어내는 삶의 빛깔

소설 ‘초의’로 우리 차를 중흥시킨 초의 스님의 삶을 복원한 소설가 한승원, 시인 곽재구, 전통문화와 다도 연구가 이연자, 육십 평생 차와 함께 해온 지허 스님 등 우리시대 문장가 11인의 차 에세이 모음집이다.
차를 마시는 인구가 한국에서는 500만을 이미 넘어섰고 이곳 미주에도 차 애호가들이 상당한 숫자에 이른다. 차가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특히 문화예술인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자신의 깊은 내면 속 풍경과 조우해야만 하는 그들에게 ‘조용한 사색’의 또 다른 이름인 차와의 만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에서 차는 11인의 11가지 다양한 색과 향과 맛을 발산한다. 여행지에서 마신 한 잔의 차는 ‘나눔의 연금술사’였다가 순천 해룡면 와은 바다에서 마시는 차는 눈부시도록 찬란했던 ‘청춘’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또한 바쁜 시간 짬을 내 연구실에서 마시는 차는 잠시나마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휴식’이기도 하다.
소설 ‘초의’로 초의 스님의 삶을 복원시킨 한승원에게는 차는 말 그대로 삶의 철학이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우주 시원의 힘을 회복하기이며, 닳아진 우리 생체시계의 건전지에 재충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허 스님에게는 사람들과 연결시켜주는 다리였다가, 도회지의 문화적 기득권을 팽개치고 화계 문덕산에 초당을 짓고 사는 시인 김필곤에게는 풍류세계로 진입케 하는 방편이다.
차 한잔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빛깔을 띤, 다양한 삶의 변주곡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지금 각자의 생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작설차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쓰는 나에게는 따뜻한 한 잔의 차가 지리산의 시원한 바람으로 변하는 순간이며 아련한 그리움에 잠기는 시간이다.

한승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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