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7승7패’의 명과 암
2006-08-09 (수) 12:00:00
김병현이 호투하고서도 승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안타까운 시즌 7패(7승)째를 안았다. 김병현은 8일 LA에서 벌어진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7회말 2점을 허용하며 승리 일보직전에서 억울하게 패퇴했다. 김병현은 이날 콘트롤의 달인 그렉 매덕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6회까지 1실점으로 선방, 퀄리티 피칭을 선보여 부끄러움없는 패배를 안았다. 그러나 김병현은 이날 충분히 이기거나 최소한 승패없이 물러날 수 있는 경기에서 동점 홈런을 얻어 맞은 뒤 일순간 붕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선발 변신을 노리고 있는 김병현은 올 방어율 4.57, 7승7패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호투하고 있다. 특히 7승을 거둔 것은 선발변신에 성공했음을 의미하고 있다. 약체 콜로라도에서 7승7패, 승률 반타작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보기 만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연봉 2백만불 이하의 투수가 거둔 성적치고는 호투하고 있는 셈이다. 김병현은 8일에도 특급 투수 그렉 메덕스를 상대로 조금도 꿀림없는 자세로 역투, 선발 포지션에 완전히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김병현이 속한 콜로라도의 홈구장이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김병현의 성적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김병현은 올시즌 9승12패만 거두어도 연봉 1백50만불 이상의 몸값은 하는 셈이다. 그러나 김병현은 선발 투수를 담보로 콜로라도와 계약한 것이 보여주 듯 어떻게 하든지 올시즌 승률 반타작을 넘어서 성공하는 선발투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병현은 지난 3게임에서 모두 퀄리티 피칭을 선보이며 2승1패를 기록했다. 시즌이 후반기에 접어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물이 오르고 있는 김병현은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을 만한 선발투수로서 성장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김병현은 8일 경기에서 보여주었듯 여전히 정신적인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정상의 투수 매덕스를 상대로 기필코 이겨보겠다는 투지는 가상했지만 7회말 동점 홈런을 허용한 뒤 역전 주자를 내보내며 쉽게 무너진 것은 김병현이 붙박이 선발투수로 자리잡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 투수에게 승패를 적용하는 것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김병현과 같은 투수를 가려내기 위한 방편이다. 잘 던지고도 지는 투수는 못던지고 지는 투수와 별반 다름없다. 물론 김병현은 그런 와중에서도 7승7패, 승률 반타작을 기록 중이다. 그만큼 구위가 위력적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구위가 노력으로 쉽게 나아질 수 없는 것이라면, 정신적인 허점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교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병현이 올 시즌 10승10패, 반타작 성적을 낸다면 이는 불펜투수의 선발투수 전환 성공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서브마린 투수다. 김병현이 그처럼 쉽게 무너지면서도 7승으로 버티고 있는 것은 그만큼 효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김병현이 붙박이 선발 투수로 자리잡을 경우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 김병현의 몸부림은 올해가 바로 그 가능성을 재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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