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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1.5·2세 ‘갭’ 느낀다...’백상 장학생 초청 특별좌담회’

2006-08-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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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1.5·2세 ‘갭’ 느낀다...’백상 장학생 초청 특별좌담회’

제21회 백상 장학생 수상자 10명 가운데 1일 본보 좌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한인 1세 청소년과 1.5·2세 청소년들은 서로 간에 갭이 존재하며 이같은 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1세 청소년은 영어를, 1.5·2세 청소년은 한국어를 보다 확실하게 습득, 상호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사실은 뉴욕한국일보가 제21회 백상 장학생 수상자를 초청, 1일 개최한 특별좌담회에서 드러났다. 좌담회 참가 청소년 7명 가운데 5명은 “한인 1세 청소년과 1.5·2세 청소년 사이에는 엄연한 갭(Gap)이 존재한다”며 “특히 타민족이 모두 어울려 생활하는 학교에서보다 한인
교회나 한인성당 등 한인들로 구성된 집단에서 오히려 두 그룹 사이의 갭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갭은 1세 청소년과 1.5·2세 청소년들을 끼리만 어울리게 하고 심지어는 1.5·2세 청소년들이 영어가 서툰 1세 청소년들을 비웃거나 우습게 여기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좌담회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됐다. 1세 청소년들은 미국에 이민온 이상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필수. 따라서 1세 청소년들의 노력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1.5·2세 청소년들이 자신의 뿌리를 깨닫고 노력해 한국어 학습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공립학교내 한국어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 >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청소년들은 1세와 1.5·2세 등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1.5·2세 그룹은 외모는 영락없는 황인종이지만 사고방식이나 의식구조는 오히려 미국인에 가깝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바나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요즘에는 하얀 크림이 들어있는 노란색 빵인 ‘트윙키’로 불리는 일반적인 추세다.

반면, 1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규 이민자라는 뜻의 ‘FOB(Fresh Off the Boat)’ 또는 한국에서 갓 온 사람이란 뜻의 ‘JFK(Just From Korea)’라는 약칭이 대명사처럼 따라다닌다.같은 한국인의 피를 지녔건만 그간 두 그룹 사이에는 극복하기 힘든 갭이 존재하며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두 갈래로 겉도는 현상이 짙어가고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있어왔다.

과연 청소년들이 밝히는 진상은 무엇일까?
제21회 백상 장학생에 선정돼 1일 시상식에 참석한<본보 8월2일자 A1 & A2면> 수상자 10명 가운데 7명이 이 주제를 놓고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이날 참석자 7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하곤 모두 미국에서 태어난 2세 한인들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자신 스스로를 ‘코리안 아메리칸(Korean-American)’이라고 밝혔다. <진행 및 정리: 이정은 기자>

■한인 1세 청소년과 1.5·2세 청소년 그룹 사이에 실제로 ‘갭(Gap)’이
존재하나?

정윤지(이하 윤지): 타민족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학교에서는 서로 별다른 갭을 느끼지 못하지만 오히려 한인교회에 가면 1세와 1.5·2세 한인 청소년들 사이에 상당한 갭을 느낀다.

김애린(이하 애린): 학교에서 필요한 일상의 대화는 어느 정도 서로 나누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모르겠지만 분명 두 그룹 사이에 일정한 갭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조미선(이하 미선): 내가 올해 졸업한 스타이브센트 고교는 입학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특목고다. 그렇다보니 신규 이민자는 타 학교에 비해 적다. 한인 학생들이 비슷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서로 잘 어울리고 갭도 없는 편이다. 하지만 교회나 성당은 상황이 다르다. 신규 이민자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1세와 1.5·2세 그룹이 각각 끼리끼리 어울리는 현상이 뚜렷하다.

김상수(이하 상수): 개인적으로 한국 생활은 불과 2년 했고 파푸아뉴기니 등 해외에서 10여 년간 생활하다 미국에 정착한지는 6년 됐다. 비교적 짧은 미국생활이지만 1.5·2세 한인 청소년들이 1세 신규 이민자 청소년들을 비웃거나 우습게 여기는 경우를 실제로 많이 목격했다.

강민성(이하 민성): 학교에서는 1세나 1.5·2세 한인 친구들이 그럭저럭 서로 잘 어울리며 지내는 편이다. 서로 약간의 차이나 특성을 보이긴 하지만 그 나이 또래라면 그렇듯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공부에만 신경 쓰고, 놀기 바쁜 학생은 노는 데에만 정신을 팔고 있다. 이민 연수를 기준으로 한 세대로 구분짓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오범진(이하 범진): 나 역시 미국에서 태어난 2세지만 1세 한인 또래들과 가까운 친구로 잘 지낸다. 별다른 갭은 느끼지 못한다.

박은정(이하 은정): 5학년 때 이민 와 지금까지 뉴욕주 업스테이트 콘월이라는 지역에 살고 있다. 학교에서도 유일한 한인이어서 한인 청소년들 사이의 ‘갭’이나 ‘트윙키’는 잘 모른다. 하지만 7학년부터 기회가 주어지는 우등반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일종의 인종차별을 경험하긴 했다.

■두 그룹간 ‘갭’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애린: 1세 한인 청소년들은 복장은 물론,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에서부터 1.5·2세와 많이 다르다. 사고방식도 흔히 말하는 ‘동양적’ 또는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민성: 사실 1세 한인 청소년들이 1.5·2세들보다 조금은 와일드한 면이 있긴 하다. 정확한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1세 학생들은 용돈도 그렇고 1.5·2세에 비해 재정적으로 늘 넉넉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노래방이나 술 마시고 노는 일에 익숙하다. 물론, 1.5·2세들 가운데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도 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강도나 빈도로 볼 때 1세들의 비율이 더 높다.

■자신을 ‘트윙키’ 또는 ‘바나나’라고 생각하는가?
애린: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이고 한국어도 서투르다보니 ‘트윙키’ 또는 중국인을 낮춰 부르는 ‘칭크’로도 자주 불린다. 내 스스로도 내 자신을 ‘트윙키’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나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갭’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미선: 서로 원만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1.5·2세들이 어릴 때부터 한국학교에서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전히 한계가 있다.

윤지: 미국에서 태어난 내 자신의 경우 그간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는 물론, 한국에 대해 많이 배웠고 나 스스로도 한국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어 구사가 서툰 2세일수록 한국어가 유창한 1세 청소년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범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모르는 2세 한인들은 1세 또래들과 어울리기 힘들다.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면?
상수: 앞서 말했듯이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거주한 기간은 고작 2년에 불과해 실제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민 1세 한인 또래 친구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응원에서도 볼 수 있었듯 비록 트윙키라고 불릴망정 1.5·2세들도 한인이라는 자긍심이 대단하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좋은 파트너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선: 같은 2세이지만 나와 달리 남동생은 한인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다보니 거의 1세 한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어 장벽 극복이 관건인 것 같다.

애린: 미국적인 사고방식과 한국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서로간의 격차를 줄이려면 양쪽의 언어를 모두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올 가을 대학에 입학하면 그간 소홀했던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

범진: 미국에서 태어난 2세 출신인 내가 거의 액센트 없이 한국어를 구사하고, 1세 또래 한인들과도 가까운 친구로 지내는 것은 한국어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FOB 또는 JFK든, 트윙키이든 모두 한국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지 않은가? 1세 청소년들도 미국에 온 이상 어차피 영어공부를 하게 되겠지만 특히 1.5·2세 한인들이 더욱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해야 할 것이다.

언어 장벽 극복을 1세와 1.5·2세 한인청소년 사이의 갭을 극복하는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좌담회 참석자들에게 공립학교내 한국어 과목 개설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참석자 모두 한인은 물론, 타민족 학생들에게도 한국어 학습 기회가 마련된다면 좋겠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인구 규모나 경제발전속도 때문에 중국어 교육이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어 한국어가 밀리는 듯 하다(은정),’ ‘현재 일부 학교에 개설된 한국어반도 한인학생들의 수강 목적이 때로 불분명한 것도 문제다(미선),’ ‘한국어 교육을 통해 무언가 얻기를 바란다는 생각보다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식이 더욱 요구된다(민성)’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백상 장학생 수상자로서 성공적인 학습 요령에 대한 질문에 관해 참석자들은 ‘시간 관리 능력이 최대 관건이다(미선),’ ‘학원에 다니더라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다(범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학습욕구를 높이는 길(은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교 졸업이 종착역이 아니라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민성),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말라(상수)는 의견도 덧붙였다.더불어 여름방학은 무조건 심신이 최대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알차게 즐기고 고교생활을 통해 인생 최고의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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