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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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부메랑 키즈’ 는다

2006-08-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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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대학을 졸업한 플러싱의 백모씨. 26세의 나이로 또래보다 비교적 뒤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그럭저럭 안정된 직장도 얻었지만 여전히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한다. 그렇다고 재정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성인이 되면서 사춘기 때 느끼지 못했던 부모와의 새로운 관계를 즐기는 부분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백씨는 “한때 대학 졸업 후 부모 품으로 되돌아오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는 부모나 자식에게 모두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며 달라진 세태를 설명했다. 백씨의 또래 친구 10명 중 6명
도 현재 부메랑 키즈 생활을 즐기는 케이스.
자식이 결혼 전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일이 미국인 가정보다는 한인 가정에서 흔한 일이지만 이민 역사가 길어지고 미국식 사고방식의 1.5·2세들이 늘면서 결혼 전 독립생활을 당연시 여기는 경향도 높아왔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급격히 인상된 대학 학자금 탓에 학비융자 대출은 물론, 신용카드 부채까지 떠안은 대졸자들이 많아지면서 부메랑 키즈를 자처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부모들도 미국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 장성한 자식이 부모 곁으로 돌아오는
것을 오히려 실용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값비싼 임대료 대신 그 돈을 저축는 것이 자식의 장래를 위해 훨씬 이롭다는 계산 때문이다. 자식들도 독립생활을 할 때보다는 따뜻한 저녁식사와 깔끔한 집안 정리, 깨끗한 세탁물에 이르기까지 보다 안정적인 생활환경을 영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모도 성인이 된 자식과 더불어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한 대화와 토론을 하다보면 또 다른 친구를 얻었다는 정신적 만족감을 얻어 상호 장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온라인 구직 서비스 제공처인 몬스터트랙의 최근 조사 결과, 지난해 대졸자의 40%가 졸업 후 독립보다는 부메랑 키즈의 길을 선택했다. 이중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자식과 유난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들의 자녀양육 방식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편 부메랑 키즈와 함께 사는 부모들은 성인이 된 자녀에게 주변인물에 대한 단속이나 귀가시간 등에 대한 지나친 잔소리는 자제하는 것이 행복한 더부살이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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