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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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얼굴

2006-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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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다코다 주에는 5명의 큰 바위 얼굴이 있다. 많이 알려진 것은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마운틴 러시모어이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제일 왼쪽으로 있고, 3대 토머스 제퍼슨, 26대 시어도어 루즈벨트, 그리고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이 제일 오른쪽에 있다.
산을 따라 꼬불꼬불 올라가다 보면 저 산 꼭대기에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얼굴이 먼저 보인다. 물론 어느 쪽에서 올라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바로 대통령의 얼굴들이 올려다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또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미국 50개 각주를 상징하는 주기가 마치 대통령들을 호위하듯이 줄 지어 걸려있다.
4명의 대통령 얼굴은 상상한 것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으나 멀리 보여서 그런지 생각한 것만큼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근엄한 표정의 대통령들을 보며 모두 훌륭한 분들이고 저 산 꼭대기에서 이런 큰 작업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탄했지만 조금만 더 웃는 인상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의 큰 바위 얼굴은 마운틴 러시모어에서 3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다.
그는 평생 백인들의 침략에 맞서 인디언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싸우며 19세기를 살다간 인디언의 영웅이었다.
1876년 리틀 빅혼에서 ‘시팅 불’(Sitting Bull) 과 함께 커스터 장군의 기병대와 싸워 그들을 전멸시킨 것도 그다. 그 후 그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결국 자수했으나 체포 도중 백인 병사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원래 인디언들이 많았던 이 지역에 미국 대통령의 얼굴들이 새겨지자 인디언들이 힘을 합하여 대통령의 얼굴보다도 더 큰 조각을 새기기 시작했다. 단지 얼굴만이 아닌 말을 탄 큰 전신상으로 이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실제 지금 새겨진 얼굴만으로도 대통령 얼굴들을 합한 크기보다 크다고 한다.
미국의 소설가인 너대니얼 호손이 쓴 ‘큰 바위 얼굴’ 에서 주인공 어니스트는 마을 앞산에 있는 큰 바위얼굴의 주인공이 마을에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대단한 부자나 정치가 등이 마을을 방문하지만 그 마을에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사람은 없었다.
항상 큰 바위 얼굴을 보며 현명한 사람이 되길 기도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면서 노인이 된 어니스트는 어느 날 사람들에게서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자기보다 현명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5명의 큰 바위 얼굴을 보며 각자 자기 길을 간 그들의 삶을 생각해본다.

김수희
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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