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어 못하면 경찰 보호 못 받나’

2006-07-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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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경찰서 경찰관에 대한 한인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범죄 피해를 입었다. 사고를 당했다.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경찰관의 반응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신고를 한다. 그런데 영어가 신통치 못하다는 이유로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는다. 신고를 받기는 받는다. 그런데 케이스가 전혀 달리 취급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실제의 한 케이스가 교통사고 피해를 입은 한 한인의 이야기다. LA 한인타운 한 가운데에서 접촉사고를 당했다. 가해자가 사고 직후 운전면허증과 보험증서 등을 교환하다가 피해자의 서류를 가진 채 달아났다.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러나 면허분실로 처리됐다. 달아난 가해자는 뺑소니 운전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상대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절도에 해당된다. 그런데 담당 경찰관이 적당히 처리를 해버린 것이다.
물론 경찰로서도 고충이 있다. 이중언어 경찰관의 태부족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 거기다가 형사사건의 구성 내용이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는 점도 그렇다. 한국서는 형사사건이 되지만 미국에서는 민사사건이다. 이런 사건이 적지 않은데 잘 못 알고 있는 한인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정작 한인들로부터 더 많은 원성을 사는 케이스는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무시되는 것이다. 이는 LA 경찰국(LAPD) 자체 조사에서도 이미 지적된 사실로, 영어를 못하는 주민이 신고를 한 케이스 중 86%가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LAPD는 영어를 못하는 주민이 신고를 해올 경우 통역을 붙여주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일선 경찰관들이 이같은 규정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주민이 신고를 할 경우 자주 무시되는 경향이라는 게 LAPD가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자신의 권익은 스스로가 지킬 때 존중된다. 그 방법은 다른 게 아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 피해를 당했을 때 당당히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가 한 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영사관이 거들어야 한다. 경찰의 보호를 받는 것은 시민생활의 기본권리다. 이것을 지키고 감독하는 것이 기본 영사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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