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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우승문턱 넘었다

2006-07-0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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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연장 종료 1분을 남겨놓고 파비오 그로소의 한 방에 울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이날 승부에서 독일은 홈그라운드 이점, 발락, 크롤제 등을 앞세워 이탈리아의 골문들 노크했으나 연장 종료 1분을 남겨놓고 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듯 하던 순간, 승리의 여신은 이탈리아에 미소지었다. 독일의 패널티 박스 오른쪽에 서 있던 이탈리아의 수비수 파비오 그로소가 결승골을 넣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로소는 연장 종료 직전 전진수비를 펼치다 동료 아드리에 파블로의 패스를 이어받는 행운을 잡았다. 그로소의 과감한 터닝 슛이 골대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그로소는 더 이상 이 세상의 모습이 아니었다. 온 이탈리아가 환호의 물결을 이루었고 선수들은 감격의 환타지를 헤맸다. 홈에서 월드컵 4번째 우승을 이루려던 독일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이제 독일-이태리 전을 피크로 9일 열리는 결승전을 끝으로 마감을 향해 치달고 있다. 한달간의 드라마, 32개 팀이 출전, 8개 조로 나뉘어 예선 48경기와 16강, 8강, 4강전을 모두 마쳤다. 8강에 오른 팀은 남미 2팀(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제외하곤 모두 유럽팀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다크호스 네델란드, 미국 등이 예선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고 호주만이 유일하게 가나와 함께 유럽, 남미 대륙을 제외한 제3 대륙에서 16강에 올라 선전했다.
주최국 독일은 지난 대회 우승팀 브라질과 함께 우승후보 1순위였다. 8강에서 강적 아르헨티나에 선제골을 먹고도 지칠줄 모르는 투지로 동점골을 만회한 뒤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올랐다. 아르헨티나를 꺾을 때만해도 독일의 결승행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빗장수비로 호주, 우크라이나등을 꺾고 4강에 올랐으나 진정한 실력은 베일에 가린 상태였다. 워낙 수비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데다가 미국과 1-1로 비겼고 호주와도 고전끝에 패널티 킥으로 1-0으로 승리, 과연 독일에 이길지 의문시 됐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탈리아는 예상보다 강했다. 2002년 16강전에서 한국에 패퇴했던 이탈리아가 아니었다. 이탈리아는 독일전에서 공수에 우세했고 연장초반 골포스트를 2번씩이나 맞는 불운속에서도 결국 연장 결승골을 낚고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이태리는 사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결승은 커녕 예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팀이었다. 유럽 랭킹 1위 체코, FIFA 5위 미국, 아프리카 강국 가나와 한조가 되어 예선을 펼치게 되어 결코 16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태리는 첫 경기에서 강호 가나를 2-0으로 일축하고 돌풍을 예고했고 FIFA 랭킹 2위 체코에 완승함으로써 큰 경기에 강한 강인한 면을 보였다. 이탈리아 철통같은 빗장 수비로 독일의 공세를 피해갔고 결국 이번 대회의 최대 관문 독일을 꺾고 월드컵 4회째 우승에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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