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사의 천재들

2006-07-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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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깊게 읽는 법

김병기 신정일 이덕일 지음

시대의 상식에 맞서 싸운 13명의 천재들을 살펴보는 이 책은 단순 나열식의 위인 전기가 아니라 우리 역사에서 천재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며, 그 정의에 맞는 진정한 천재를 발굴하고 조명한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천재는 머리 좋은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시대와 불화하거나 시대를 뛰어넘은 사람을 뜻한다. 즉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말은 시대를 앞서갔다는 뜻 이다.
뛰어난 머리로 세상의 앞길을 먼저 갈파했기 때문에 불행했던 사람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잔을 피하지 않고 마심으로써, 끝내는 후세 사람들에게 상식이 된 사람을 소개한다.
신분제가 하늘의 법칙이던 시대에 뛰어난 과학기술능력 하나로 신분을 뛰어넘은 장영실, 거란에게 땅을 떼어주자는 할지론이 대세일 때 거란으로부터 오히려 땅을 늘려받은, 싸우지 않고도 이긴 역대 최고의 외교가 서희, 신라만을 우리 민족의 정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발해를 우리 역사로 인식한 유득공, 성리학만이 정학(正學)이고, 다른 모든 것은 사학(邪學)으로 공격 받던 시절에 자생적으로 천주교 조직을 만든 이벽, 교종이 불교의 주류이던 시절에 선종으로 교종을 통합했던 지눌, 주희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율곡 이이, 그 좋은 머리로 시대를 건지기 위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이상설 등은 각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들이었다.
골품제의 덫에 걸린 당대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 한국적 한문학을 창조한 고려 최고의 시인 이규보, 한문학과 한글문학을 넘나든 당대의 시인 정철, 나라 잃은 지식인 노릇의 괴로움을 죽음으로 증거한 황현 등도 글로써 세상을 아우른 천재들이었다.
각 인물의 이력과 삶을 따라감으로써 그가 지나온 시대와 그로 인해 변화된 새로운 시대의 차이를 살펴보고, 그가 놓여 있던 시대사적 흐름을 읽어내고 있다.
역사라는 길 위에 천재성을 겹쳐 놓음으로써 한국사의 인물에 대한 좀더 깊은 시선을 갖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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