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월드컵이 무르익고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들에게 월드컵은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영국의 훌리건, 한국의 붉은 악마 라고 불리는 응원단들이 나오게 되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때로는 소동을 일으키고 선수를 해치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6월 한 달은 온통 축구 이야기로 차 있다.
한국 경기가 있던 날 한국 식품가게 앞에 붙여진 포스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월드컵의 상징인 붉은 색깔이 아닌 검정색 바탕에 하얀색의 글씨로 된 포스터였다. 큰 글씨로 “일어나 빛을 발하라”라고 쓰여진 워싱턴 한인 봉사 센터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워싱턴 솔로이스트 앙상블 음악회 광고였다.
열광적인 붉은 글씨의 월드컵 광고에 눈이 익숙해진 터라 시선을 집중시키는 색깔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다시금 눈길을 돌릴 수 있을 만큼 예술적이고 종교적이고 고전적이어서 감정으로 접근하게 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포스터였다.
월드컵 분위기에 취해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자선 음악회냐며 외면할 것이다. 그러나 마치 캄캄한 어둠 가운데 작게 비치는 한 줄기 촛불 마냥 한 구석에서 조용하게 들여오는 사랑의 종소리 같았다.
한 사람의 영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수고하기 마련이다. 알링턴 국립 묘지에 가보면 그런 것을 깨닫게 된다. 미국의 자유를 세우기 위해 많은 젊은 군인들이 죽음의 길을 택해야 했던 것이다. 세상이 화평하고, 적게는 우리가 속해 있는 작은 사회가 더 밝고,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숨어서 빛을 전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마음속에 두어야 한다.
테레사 수녀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랑의 성공은 사랑 안에 있는 것이다. 그 사랑의 성공은 사랑의 결과가 아니다. 사랑이 온전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사랑이 내가 원했던 방향대로 가든지, 수고한 사랑의 가치가 드러나지 않든지 관계없이 사랑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을 위해 최선의 것을 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2006 월드컵은 7월이 지나면 끝날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은 끝날지라도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 빛을 전하는 일이다.
세계적인 부호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2008년도에 은퇴하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큰 부는 사회에 되돌려줄 큰 책임이 따르며 또 최선의 방식으로 돌려 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도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세상의 어두운 곳에 빛을 전하고 사랑을 전하는 일은 경기의 우승보다 더 값진 우승의 월계관을 쓸 일일 것이다.
김범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