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난 대물림

2006-06-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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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서 벗어나기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가난은 나라님, 즉 임금도 구할 수 없다”란 말이 있다. 가난을 이겨 부자 중에서도 ‘큰 부자’가 되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에 부자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냥 부자로 살아갈 수 있다. 태어날 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부자가 되기 위해 피나는 고생과 노력을 해야만 한다. 정주영씨 같은 사람은 강원도 산골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났으나 그의 고생과 노력으로 그의 가문을 한국 최대의 부자 가문의 하나로 만들었다. 가난을 이긴 좋은 케이스다.
대대로 부자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부와 권세를 유지해 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부자는 부자끼리, 권세 있는 자는 권세 있는 자들끼리 사돈을 맺는다는 것에 있다. 피를 나눈 혈맹이 되어 서로 돕는 것이다. 부자 집 아들과 권세 있는 집 딸을 서로 결혼시켜 자손들은 물론 부모 대의 영역을 더 공고히 해 나가는 것이다. 개인 소유의 자유가 보장된 어느 나라에서건 가능한 일이다.
가난한 자와 부한 자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은 아프리카에서는 부자일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아프리카에서는 부자라도 미국에서는 서민 측에 들어갈 수도 있다. 생활수준이 틀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한 대나 두 대 있다고 부자는 아니다. 집 한 채나 두 채 정도 있다면 약간 있는 자 측에 들어간다. 미국에서의 부자라면 수십 개의 방을 가진 대궐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이다. 특히 ‘큰 부자’라면 그런 집만 있는 게 아니다. 수영장, 테니스장, 경마장, 골프장까지 갖춘 부자라야 큰 부자일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 멕시코, 캐나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몽골, 도미니카 등지를 다녀왔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왔으니 한국과 미국은 다녀본 나라가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나라다.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은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이 부자가 가장 많은 나라’란 것이다.
중국 연변이나 몽골 같은 곳에서는 자동차 한 대만 있어도 그 곳의 부자다. 연변 같은 경우 그 자동차로 영업을 하여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부자 측에 들어간다. 몽골에서는 집 한 채만 가져도 부자 축에 속한다. 연변과 몽골 같은 그곳의 사정이 자동차 한 대 구입하거나 집 한 마련하는 것은 그만큼 재력이 없으면 안 되겠기에 그렇다.
미국은 아무리 못 살아도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에는 더운 물과 찬 물이 나온다. 또 열심히 돈을 모으면 집이나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자동차는 필수요 발과 같다. 중국 연변 사람의 자동차 소유 개념과 미국에 사는 사람의 자동차 소유개념이 이렇게 다르다. 그래도 미국서도 부자 되기란 쉽지가 않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을 이기고 부자가 된 사람도 있지만 보통 가난은 가난을 낳고 부는 부를 낳는다. 가난한 자로 태어나 가난한 자로 남는 자와 부자가 되는 자들에겐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게으름과 부지런함이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안주해서는 안 된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가난’이란 것밖에 없다 해도 후대에 그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큰 부자는 못되어도 그냥 부자라도 되려면 현실을 바로 볼 줄 아는 똑똑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것이 가난한 자들은 더 가난하게 하고 부한 자들은 더 부하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날 희망은 많다. 기회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제1, 2위의 갑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도 맨손으로 부를 쌓았다. 맨손으로 이민 온 한인들도 선대로부터 물려받지 못한 부를 이루는 사람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김명욱
목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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